한 중견기업의 여성 근로자들이 회사가 채용 때부터 여성에게 남성보다 낮은 직급을 부여하고, 채용 후에도 여성 근로자의 승진에 제한을 뒀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인권위가 조사를 해봤더니 이 주장은 사실이었죠. 20년 이상 재직한 생산직 근로자 108명 중 여성은 모두 사원급, 남성은 모두 관리자급이었거든요. 남성은 100% 승진했지만, 여성은 단 한 명도 관리자로 승진을 못 한 겁니다.
여성들이 하는 단순 반복 작업은 승진에 불리해서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지만, 현장을 확인해 봤더니 여성 근로자와 남성 근로자의 업무에 차이가 없었다죠. 또 승진에 필요한 경험이나 교육 훈련도 남성 근로자에게만 부여했습니다.
어떤 분야든 성실히 오래 일하면 승진할 기회도 같아야죠. 똑같은 일을 했는데 누구는 '단순 업무'라는 이유로 떨어뜨리면서 누구는 또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승급시키면 이걸 합리적이다,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출발선도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채용을 할 때 여성은 가장 낮은 등급을 줬고 남성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부터 시작했거든요. 이렇게 시작된 '차별'은 임금 격차의 출발선이 됐고, 해가 갈수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됐죠.
아이슬란드는 남녀 임금 지급 내역을 제출하게 해, 기업에 책임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남녀의 직급별 임금을 공개합니다. 승진에 차별은 없는지, 부당한 임금 격차는 없는지 공개하고 바로 확인이 가능하도록요.
다른 나라들은 남녀 다 투입해 경쟁을 하는데, 우리는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제외하고 경쟁을 하면 누가 앞서갈까요. 또한 경쟁을 떠나 차별을 해소하는 '공정과 정의'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인과 개인 관계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준이자 덕목입니다. 기본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