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3명 중 1명은 스스로 2~3년마다 이직하는 잡호핑족이라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말은 이제 고리타분해 보인다. 특정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을 '○○맨'이라 별명 붙이는 것도 식상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3명 가운데 1명은 스스로 2∼3년마다 이직을 하는 '잡호핑(job-hopping)족'이라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잡호핑은 직업을 뜻하는 '잡'(job)과 깡충깡충 뛰는 동작의 '호핑'(hopping)을 합친 단어로, 경력을 쌓아 여러 번 이직하는 요즘 직장인을 의미한다. IT업계 종사자 20대 김 모씨는 "회사 내 발전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안정성을 위해 언젠간 규모가 더 큰 회사로 가고 싶다"며 이직의 뜻을 밝혔다.
이직 시장이 활발한 만큼 직장인들의 구직 태도는 다양한 양상으로 갈린다. 기존에 흔히 말하던 구직자는 현 직장에 불만을 갖고 이른 시일 내에 이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채용공고를 뒤적이는 이들이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경우 지금 당장은 이직을 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지만, 언제든지 더 좋은 제안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 '잠재적 이직자'가 많다. IT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20대 후반의 이 모씨는 "아직 이직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향후 기회가 있다면 소프트웨어 직군에 특화된 곳으로 가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치기보다 자신의 커리어 개발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첫 직장에 입사한 청년(15~29세) 3명 중 2명(67%)은 회사를 그만두며, 첫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개월에 못 미친다.
주기적으로 채용공고를 찾아보지도 않고 취업포털에 이력서를 등록하지도 않는 잠재적 이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프트웨어 개발자 전솔 씨(25)는 "인맥 쌓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업계 특성상 이직 기회와 연봉 협의에 네트워킹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잡코리아가 지난 2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418명의 86.4%가 이직 시 '인맥·대인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가운데 56.2%는 '이직을 위해 인맥·대인관계를 관리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 잠재적 이직 가능성을 가진 잡호핑족을 대상으로 인맥 관리와 입사 제안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있다. [사진 출처 = 로켓펀치 캡처(왼쪽), 링크드인 캡처(중간), 커리어 멤버 캡처(오른쪽)]
이처럼 활발히 구직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좋은 기회만 있다면 이직할 가능성이 있는 잡호핑족을 겨냥한 서비스들이 있다. 평소에는 인맥 관리와 업계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사용하다가, 기업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거나 괜찮은 공고에 지원할 수도 있다. '링크드인'과 '로켓펀치'는 개인 프로필·기업 정보·채용 정보 등의 비즈니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트워킹하는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학력·경력·관심분야를 등록한 후 개인적인 친분이 없더라도 동문이나 업계 현직자들과 쉽게 인맥을 맺을 수 있다. 로켓펀치는 "밀레니얼 세대가 관심을 두는 커리어 관리와 업무 지식을 얻는 일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비즈니스 인맥 관리를 돕는 명함 서비스 '리멤버'에 이어 잠재적 구직자와 인사 담당자를 연결하는 '리멤버 커리어'를 지난 7월 도입했다. 특히 '현재 이직을 고려 중'인지 '당장 생각은 없지만, 좋은 제안이라면 고려해볼 것'인지를 선택해 자신의 이직 의향을 드러낼 수 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 구직자, 특히 능력 있는 잠재적 구직자들이 굳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도 경력 업그레이드의 기회를 받아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타 구인·구직 전용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은 해당 서비스에 등록된 기업과 채용이 믿을 만한 것인지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IT업계 종사자 김 씨는 "이런 서비스를 통해 받는 입사 제안은 신뢰도 측면에서 미덥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드라마앤컴퍼니는 "확인 절차를 거쳐 승인된 기업 인사팀과 헤드헌터만 리멤버 커리어의 인재풀을 검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