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 대표가 1차 협력업체를 협박해 수십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주영)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7명 전원은 유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을 받아들여 "피해 회사들이 그리 큰 회사가 아니고, 이 사건으로 수백명 직원을 둔 해당 회사들이 상당한 경영상 위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 회사들이 피고인에게 부당한 거래행태를 보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피고인은 이 사건을 종속적 관계에서 벌어진 사안인 것처럼 주장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자동차 생산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직서열 생산방식에 부당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인은 오히려 이런 방식의 맹점을 악용해 자신의 경영상 판단 실패 등 모든 비용을 1차 업체들에 전가했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범행 당시 상당한 경영상 압박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최소한 재고 부품만 확보한 상태에서 언제든 생산중단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자초한 현대차가 생산중단에 따른 막대한 부담을 1차 업체에 전가함으로써, 관련 업체들이 정상적 계약관계를 맺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생산업계의 구조적 문제점도 이 사건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 대표인 A씨는 지난해 6월 평소 부품을 공급하던 1차 협력업체 2곳에 각 각 19억원과 17억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부품을 계속 납품하는 개별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1차 업체는 결국 A씨에게 19억원과 18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1차 협력업체의 지배를 받기 쉬운 2차 협력업체가 거꾸로 갑질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 생산 시스템과 협력업체 계약 환경 등의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재고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 부품을 1∼2일 치만 보유하면서, 부품과 완성차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
1차 업체들이 제때 부품을 납품하지 못하면 차종별로 분당 약 77만∼11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과거 현대차 연구소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이 같은 약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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