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300인 이상 버스 사업장에도 주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됐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승객과 기사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는데, 오히려 주 52시간제 도입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던 버스 4대가 서로 충돌하고,
졸음운전을 하던 버스는 앞서가던 차를 깔아뭉갭니다.
이렇게 무리한 버스 운행을 막고 승객 안전을 지키겠다며 지난달부터 버스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손하늘 / 기자
- "경기도 김포의 한 버스정류장입니다. 이번에 주 52시간제 대상이 된 버스 노선들인데, 과연 제도 시행 이후 승객의 안전과 운행 환경은 좋아졌는지 직접 버스를 타고 확인해보겠습니다."
과속 경고음이 울리지만 속력은 점점 빨라지고, 노란 불에는 속도를 높여 아슬아슬 통과하더니 빨간 불도 그냥 지나갑니다.
▶ 인터뷰 : 버스 승객
- "그냥 정거장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빨리 달리는 게 아닌가…."
이렇게 질주해도 5분이던 앞차와의 배차 간격은 더 벌어집니다.
▶ 인터뷰 : 버스 기사
- "2분을 늦게 나가잖아요, 2분 때문에 앞차하고 10분 이상 차이가 나요. 그걸 채우려고 막 신호 까고."
뒤늦게 간격을 좁히려니 정지신호가 들어온 교차로를 무서운 속도로 통과하고, 또 통과합니다.
버스를 세워놓고 급히 화장실을 다녀오고, 운전대에서 잠시 잠을 청하다 신호를 놓치기까지 합니다.
▶ 인터뷰 : 버스 기사
- "4시간 안에 못 들어가면 쉴 시간이 없어요. 가스 넣고 화장실도 가고 밥 먹고 나오기가…."
버스 회사마다 주 52시간에 맞춰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운행 횟수는 그대로 유지하려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 인터뷰 : 버스 기사
- "(운행 시간이) 52시간을 넘는다, 그러면 딴 데로 보내요. 이 사람은 52시간을 넘기니까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
부작용이 드러나며 관할 지자체가 노선 단축도 검토하고 있지만, 오늘도 시민들은 공포의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MBN뉴스 손하늘입니다.
[ sonar@mbn.co.kr ]
영상취재: 문진웅·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한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