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 연중 가장 뜨거운 태양과 후텁지근한 공기로 몸과 마음이 저도 모르게 축 처지는 때다. 어디론가 무작정 시원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 하기만 하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산86-1. 바라보기만 해도 더위가 씻겨내려가 마음까지 가뿐해지는 폭포가 있다. 사진깨나 찍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이끼폭포'다. 절경을 마주하려면 대가가 따르는 법. 주차장에서부터 3Km 넘는 산길을 카메라와 장비를 지고 땀흘리며 올라가야 한다.
↑ [사진 = 이충우 기자]
숨이 깔딱깔딱 넘어 갈 듯 가파른 길을 두 시간여 걷다가 다시 절벽같은 내리막을 수백미터 내려가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밀의 숲 한가운데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듯 깊은 산중에 숨어있는 이끼폭포가 더 황홀한 이유는 어둡고 가파른 협곡 사이로 떨어지는 물 주기와 그물 줄기를 맞으며 수 십년 간 자란 이끼가 초록색 비단처럼 덮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 = 이충우 기자]
이곳의 폭포는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처럼 생긴 폭포와 그 옆의 이끼가 가득한 폭포, 깍아지는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있는 상단 폭포 로 이뤄져있다. 평소에는 이렇게 물줄기가 이끼를 적시지만 비가 온 뒤에는 협곡의 곳곳에서 비단으로 만든 커튼을 펼 쳐 놓은 듯 아름다운 물줄기가 퍼져 초록의 이끼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온 뒤 폭포물이 많아 세차게 부셔져 내릴때, 혹은 물안개가 은은하게 감돌 때가 촬영에 가장 적합한 순간이다.
↑ [사진 = 이충우 기자]
무건리 이끼폭포는 아름다운 경관에 비해 유명세는 요란하지 않다. 폭포로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한 탓이다. 예전에는 폭포 하단에 도착해 비경의 상단폭포로 올라가기 위해 밧줄하나에 의지하고 미끄러운 수직의 바위를 타고 올라가 위태롭게 자세를 잡아야만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폭포를 찾은 사진작가들조차 아슬아슬한 밧줄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안전사고 때문
에 출입 통제를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삼척시에서 밧줄을 제거하고 대신 폭포 옆으로 데크형태 탐방로를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폭폭를 감상 할 수 있게 됐다. 무더위를 피하고 필생의 명작도 남기고 남기고 싶다면 카메라를 메고 이끼폭포를 찾아보자.
[글·사진 = 이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