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비에 수리비, 용역비까지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어마어마한데 현금 없는 사회에 인터넷·모바일 뱅킹으로 이용고객이 줄어드니 은행 입장에서 ATM은 '돈 먹는 하마' 인 겁니다.
그런데 이 은행 ATM이 사라진 빈자리를 '부가가치통신망' 이른바 밴 사업자가 운영하는 ATM이 대신 채우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밴사 ATM의 이용 수수료는 은행보다 훨씬 비쌉니다. 보통 900원에서 1,300원 정도. 소비자들은 은행보다 30%나 더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을 해야 하는 거죠. 이 수수료는 밴사가 다 갖고 가는 게 아닙니다. 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일부는 은행으로 꼬박꼬박 들어갑니다.
결국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자체 ATM 관리 비용은 줄이고, 수수료는 다 챙겨가는 시스템인 거죠. 게다가 밴사의 ATM은 카드 복제나 악성코드 감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나 대응이 미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지난 2007년 '밴사 ATM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던 건데, 이 방안조차 '12년째 논의 중'이라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지난 2017년 터진 밴사 ATM 금융보안 사고도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시대에 따라,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기기, 시스템이 도입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ATM 하나를 두고 궂은 건 피하고 잇속만 챙기는 은행들의 행태는, 소비자를 두고 꼼수를 부리는 모습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니, 얄미움을 넘어 괘씸하기까지 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