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흉기 살해범 밤샘 대치 끝 투신…범행 사전계획

전처가 다니던 회사 사장을 살해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숨진 45살 박 모 씨는 투항과 투신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오늘(9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범행 후 아파트 옥상으로 달아난 박 씨는 경찰과 대치하며 혼란스러움과 안정감을 번갈아 느끼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밤샘 대치 끝에 날이 밝자 박 씨는 다시 안정감을 되찾아 '투항을 생각해보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경찰에 얘기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투신 전 마지막으로 남긴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다'는 말은 투항 뉘앙스를 밝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서 나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경찰은 안전한 신병확보를 위해 일정 거리를 둔 뒤 설득작업에 나섰으며 박 씨는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현 상황에 대한 불안감 등을 주로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처와의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와 케이스 사이에 끼운 뒤 옥상 밑으로 집어 던지기도 했습니다.

또 사전답사를 2차례 정도 했으며 범행 뒤 극단적 선택을 할 것까지 고려해 동선을 짰다는 얘기도 경찰에 토로했으며 전처와 만나거나 통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박 씨는 술을 마시지 않고 멀쩡한 상태였으며 고함을 지르거나 경찰을 위해 하려는 의도는 따로 없었습니다.

소방당국은 5층·10층·15층용 에어매트를 옥상 주변에 배치했으나 박 씨는 에어매트를 설치할 수 없는 창틀과 출입구 지붕에 부딪힌 뒤 에어매트 위로 떨어진 바람에 숨졌습니다.

작년 5월 이혼한 박 씨는 전처와 전처가 다니던 회사 사장의 관계를 의심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전처는 사실이 아니라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피의자인 박 씨가 숨지며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예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더라도 박 씨의 사건 전후 행적과 범행 동기, 정신병력 등 전반적 사항에 대해 수사는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전날 오후 2시 17분쯤 거제시 옥포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전처가 다니던 업체 사장 57살 A 씨를 흉기로 찌른 뒤 20층 옥상으로 달아났습니다.

회사 직원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인근을 수색하다 박 씨가 건물 옥상 난간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위기협상 요원과 프로파일러, 경찰특공대 등을 투입해 설득에 나섰습니다.

옥상에서 14시간 40분가량 경찰과 대치하던 박 씨는 오늘(9일) 오전 6시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