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를 끌어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후 회삿돈 460억원 상당을 페이퍼컴퍼니 등으로 빼돌린 유명 기업사냥꾼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화진의 전 회장 양 모씨(50)와 부회장 한 모씨(49)를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임자 김 모씨(60) 역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와 한 씨는 저축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 311억원을 받고, 사채업자에게 148억원 등을 빌려 2017년 7월 화진 지분 42.98%를 무자본 인수했다. 이들은 이후 같은해 9월 페이퍼컴퍼니를 따로 설립하고 이 곳에 화진의 회사 자금 약 414억원을 무담보로 대여했다. 검찰은 코스닥 상장사인 화진은 회사 자금을 이동할 때 공시를 해야하는 만큼 공시 의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회삿돈을 옮겨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씨는 페이퍼컴퍼니로 옮겨간 회사 자금 중 90억 원을 자신이 2016년부터 갖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에 마음대로 퍼줬다. 한씨 역시 자신이 소유하던 코스닥 상장사에 111억원을 부당 지원했다.
회삿돈이 페이퍼컴퍼니로 이동해 주가가 떨어지자 저축은행은 2017년 10월 담보로 제공받은 주식 중 일부인 30억 원 상당을 반대매매하기 시작했다. 양씨 일당은 저축은행이 남은 280억원 상당의 주식마저 처분할까 우려해 인위적인 주가 부양에 나섰다. 화진이 수소 원천기술을 이용해 신제품을 출시할 것처럼 거짓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두 사람에게 자본시장법 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양씨 일당은 2018년 7월 화진 경영권을 후임 경영자 김씨에게 넘겼다. 그러나 김씨 역시 지난해 10~12월 화진의 자회사 자금 약 32억원을 본인이 지배하는 다른 기업에 28회에 걸쳐 부당 대여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김씨는 올해 1~2월 화진이 보유한 주식 20억원 어치를 팔아 개인 채무를 변제하기도 했다. 기업사냥꾼들의 반복적 범행으로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연매출 775억원을 올리던 중견기업 화진은 지난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이들이 유용한 회삿돈 규모는 460억원에 달한다.
검찰 조사 결과 양씨 일당과 김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전과를 모두 합치면 무려 27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전과가 5번이었으며 이 중 3번은 실형을 살았다. 김씨는 사기 전과만 19회에 육박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전과가 3번인 한씨는 구속 위기에 몰리자 도주하기도 했다. 한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주고 중국 산둥성으로 가는 배에 탔으나 목포 인근에서 해경에 적발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양씨와 한씨가 M&A 업계에서 유명한 기
검찰 관계자는 "향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더 긴밀한 협조를 통해 무자본 기업 인수의 실체를 규명하고 건전한 금융질서가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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