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을 주고 땅을 샀는데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기를 했다면, 그 땅 주인은 누구로 봐야 할까요?
차명 부동산의 소유권을 누구로 할 지를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논의한 결과, 처음 땅을 산 주인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권열 기자입니다.
【 기자 】
A씨의 남편은 1998년 농지를 사들였다가 농지 소유 자격이 문제가 되자 B씨 남편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했습니다.
B씨 남편은 그 땅에서 농사를 짓고 대신 임대료를 A씨 남편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A씨 남편과 B씨 남편이 각각 사망하자 A씨는 B씨에게 소유권 등기를 넘겨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는 애초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남의 명의를 사용한 만큼 A씨가 땅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맞섰습니다.
땅 주인이 농지법을 피해가려는 목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를 빌린 경우에도 그 소유권을 인정해야 할지를 놓고 대법원은 판례를 정립하기 위해 전원합의체를 열었습니다.
이런 경우 원래 주인의 소유권을 인정한 2002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명의 신탁이 부동산 탈세와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대법원은 9대 4의 비율로 기존 판례를 바꾸지 않고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부동산실명법을 어겼지만, 원래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 인터뷰 : 김명수 / 대법원장
-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협조한 명의수탁자(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 스탠딩 : 이권열 / 기자
-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기존 판례를 따랐지만, 대법원이 부동산 실명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MBN 뉴스 이권열입니다."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