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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도 서울시 9급 공무원시험 2번 문항.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수험생들은 "지엽적인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특별시인재개발원 서울시인터넷원서접수센터] |
"1타 강사도 100점 맞기 어려운 시험"
지난 1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에서 실시된 2019년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쟁임용시험을 둘러싸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난이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시험이 치러진 다음날인 지난 16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무원시험이 '운발'이라는 게 (학원) 강사들이 가답안을 (온라인에) 올리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해당 커뮤니티에서 120여 회 추천을 받고 다른 커뮤니티로 전파되고 있다.
현행 공무원시험을 가리켜 "운발 무(無)근본 시험"이라고 지칭한 글쓴이는 "예전에 어떤 강사가 실시간으로 가답안을 공개했다가 영어 과목에서 두 문제를 틀리고 그때부터 버로우를 탔다(종적을 감췄다)"며 "그 과목만 하루에 10시간씩 강의하는 사람이 시험장도 아니고 자기 사무실에서 풀었는데 틀렸다는 건 (공무원시험이) 근본 없는 시험(이라는 증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글을 접한 어느 누리꾼은 "영어와 국어 과목은 1타 강사들 태반이 100점 (맞을 것이라고) 장담 못 한다"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도 "어느 영어 1타 강사가 가답안을 냈다가 정답 채점 결과 85점이 나온 뒤로 (가답안을) 올리지 않고 있다"며 글쓴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 누리꾼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경력이 있는 어느 강사는 9급 공무원시험 행정학 과목의 가답안을 공개했다가 채점 결과 75점이 나오는 바람에 강사 생활을 은퇴하기도 했다"며 "자잘한 것까지 외워야 하는 9급 시험 문제를 만점 받기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강사들이 가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오픈북 테스트'(참고서를 책상에 올려놓고 치는 시험)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강사들이 심지어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문제 정답을 파악하기까지 하는데 틀릴 정도면 얼마나 문제가 어렵게 나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이번 시험에서도 지엽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원성을 높였다. 이들은 서울시 9급 공무원시험 2번 문항을 예로 들었는데 '싯퍼렇다', '싯누렇다', '시하얗다', '시꺼멓다' 등 색깔을 표현한 단어를 보기마다 세 개씩 배열하고 한글 맞춤법에 따라 바르게 표기된 답을 고르는 문제였다. 수험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제를 접하자마자 초장부터 머릿속이 멍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 갖고 장난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시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출제된 서울시 7급 공무원시험 한국사 과목의 7번 문항의 경우 고려시대 간행된 서적 4권을 제작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문제였는데, 제작 시기가 3년밖에 나지 않는 책 두 권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공무원단기 전한길 강사는 "이건 가르치는 강사도 대학 교수도 맞출 수 없는 문제"라며 "시험이라는 건 공부 열심히 하고 똑똑한 사람을 합격시켜야 하는 건데, 이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지방직 공무원시험은 서울시를 제외한 나머지 16개 시·도 모두 인사혁신처에 출제를 의뢰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시험까지만 자체 출제하고 내년부터는 인사처에 시험문제 출제를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박동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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