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학원장이 2심에서 감형받은 데 대해 여론이 악화하자 법원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습니다.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선고된 35살 이 모 씨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 사건 판결에 대해 오늘(17일) 자료를 내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 한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했다는 취지입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일어나려고 하자 손으로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후 간음했다며 기소했습니다.
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누른 것이 강간죄에서의 '폭행 및 협박'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만으로 폭행 및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폭행·협박을 당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고, 조사관이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취지로 묻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라며 "이를 통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경위, 누른 부위,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재판부의 권유에 따라 검사가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증인 채택까지 됐지만 피해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하지만, 직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유죄'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13세 미만 아동과 간음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이런 직권 판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이번 사안에 무죄를 선고한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 목적에 비춰봤을 때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항소심 판결 결과가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판사 파면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