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주택가 골목길이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겠다며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거점 배출' 공간인데요.
하지만 소홀한 관리 탓에 쓰레기 투척장으로 전락하며 인근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 기자 】
주택가 골목에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가 한데 섞여 위태롭게 쌓여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각자 집 앞이 아닌 한 곳에 모아 분리수거하겠다며 구청이 설치한 '거점 배출' 시설인데, 매일 밤마다 쓰레기와의 전쟁이 벌어집니다.
▶ 스탠딩 : 손하늘 / 기자
- "이렇게 CCTV가 비추고 있지만 분리수거가 안 된 봉투가 가득하고, 투기가 금지된 종량제 봉투도 쌓여 있습니다. 제 키가 180㎝인데, 제 키보다도 높게 누군가 대량으로 투기하고 간 스티로폼이 가득 쌓였습니다."
원래는 재활용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해놓아야 하지만, 버리고 간 봉투를 열어보니 온갖 재활용품 쓰레기가 뒤섞여 있습니다.
다른 '거점 배출' 시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서울 신월동
- "냄새가 집으로 다 들어오지요. 고양이들 억수로 많아요, 냄새 나니까."
재활용품 배출 시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반 쓰레기가 더 많이 쌓인 곳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수거 대행업체 관계자
- "하도 사람들이 (일반 쓰레기를) 많이 갖다놓으니까. 이게 없으면 안 갖다놓을지 몰라도, 있으면 갖다놓는다고."
서울에만 모두 120곳 넘게 '거점 배출' 시설이 만들어졌지만, 일부 지자체는 오히려 동네가 더 더러워졌다는 인근 주민 항의 때문에 시설을 1곳만 남기고 아예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관리를 해야 할 지자체도 속수무책입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지자체에 수사권도 없고 상시 단속 여력도 안 되는 실정입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 "자주 수거를 해도 한번 와서 많이 뿌려버리면, 누군가를 특정해서 부과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무너진 시민 의식과 허술한 관리감독 속에 인근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손하늘입니다.
[ sonar@mbn.co.kr ]
영상취재: 배완호 기자
영상편집: 서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