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지난 10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A4 용지 19장 분량에 달하는 '검찰개혁론 2'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부에서 제시한 검찰개혁안과 이를 토대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며 "결국 인권보장을 위한 검찰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예속화라는 검찰의 역기능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사에 대한 법률가의 통제를 없애고 경찰 주도의 수사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검사장은 먼저 "사법선진국들의 논의과정과 그 결과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과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의 사례를 들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냈다.
특히 서구 선진국의 흐름과 달리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중국의 공안제도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서구 선진국들은 수사의 경우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종속적 개념으로 보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지 않았다"며 "결국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삼고 수사지휘권을 부여함으로써 수사에 미치는 권력의 영향력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달리 "중국은 수사와 기소에 확실한 구분을 둬 수사 주도권이 경찰인 공안에 주어져 있다. 검사의 주된 역할은 수사보다는 기소심사로서 그 수사권은 직권이용 인권침해범죄 등 일부 범죄에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 외 중국 공안은 기소의견인 사건만 검찰에 송치함으로써 불기소 사건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고 있고, 검사는 공안에 대한 수사지휘권 없이 송치 이후 기소심사 중 공안에 보충 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런 중국의 형사소송법 내용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법안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 선진국의 제도를 제쳐두고, 굳이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온 중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해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윤 지검장은 "검사의 직접수사는 줄이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강화해야 국민이 편안해 진다"면서 "검사의 직접수사 축소는 자체첩보에 의한 수사를 금지하고, 1차 수사를 자제하며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 능력을 없애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검찰이 통치의 수단으로 남을 것이냐, 국민의 인권 옹호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방향을 틀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윤 지검장은 지난해 11월에도 '검찰개혁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경찰의 수사권 독점을 우려한 바 있다.
한편 현직 검사장이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한 것은 지난달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메일을 보낸 송인택 울산지검장에 이어 두 번째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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