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억7천만원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13년 3월 차관 내정 직후 '별장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가 드러난 지 6년 만입니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습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가 권고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오늘(4일)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성접대를 제공한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강간치상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윤 씨에게 3천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습니다. 여성 이 모 씨와 맺은 성관계가 드러날까봐 윤 씨가 이 씨에게 받을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시킨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12년 4월 윤 씨의 부탁으로 다른 피의자의 형사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줘 수뢰후부정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또다른 사업가 최 모 씨에게서 3천95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습니다. 최 씨는 차명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제공하고 용돈과 생활비를 대주며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윤 씨는 이 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2006년 겨울께부터 이듬해 11월13일 사이 세 차례 성폭행해 정동장애와 불면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습니다.
윤 씨는 2007년 11월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이 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동시에 이뤄진 김 전 차관과 이 씨의 성관계는 폭행·협박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행 아닌 성접대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씨는 검찰에서 "윤 씨가 평소 김 전 차관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며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폭행과 협박으로 성관계에 응하는 처지를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 김 전 차관이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13차례 성접대 등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수수로 범죄사실에 포함했습니다.
윤 씨는 2011∼2012년 부동산 개발사업비 명목으로 옛 내연녀 권 모 씨에게 빌린 21억6천만원을 돌려주지 않는 한편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부인을 시켜 자신과 권 씨를 간통죄로 '셀프 고소'한 혐의도 받습니다. 윤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권 씨도 무고 혐의로 함께 기소됐습니다.
윤 씨는 2008∼2015년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준다며 부동산개발업체 D레저에서 회삿돈 14억8천73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윤 씨가 사기를 치거나 뜯어내려 한 액수는 44억여 원에 달합니다.
검찰은 2013년 김 전 차관을 수사하던 경찰 지휘라인을 좌천시키는 등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곽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전 민정비서관)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당시 첩보수집·수사 업무를 한 경찰관들은 청와대 등 외부에서 질책이나 부당한 지시 또는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초 대검 진상조사단에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에서 "그런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