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호텔서 필로폰 12만명 투약분 제조

서울 도심 호텔에서 지내며 1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마약을 제조한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인 마약 제조기술자 A씨와 원료 공급책 대만인 B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관광비자를 받은 A씨는 지난달 14일 국내에 입국해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 방 안에서 필로폰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A씨가 제조한 필로폰 양은 3.6㎏이다. 1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12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A씨가 투숙하던 호텔에 수 일간 잠복하며 동향을 살핀 끝에 지난달 28일 검거에 성공했다. 최초 첩보는 국정원으로부터 접수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특히 A씨가 새로운 방법으로 필로폰을 제조한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A씨는 고도의 환기시설 없이 독특한 제조기술을 활용해 30시간 만에 필로폰을 뚝딱 제조했다. 보통 필로폰은 제조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가스와 특유의 악취가 배출된다. 이때문에 멀리 떨어진 변두리나 폐가 등에서 주로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만드는데 통상 3~4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러나 A씨와 같은 호텔에 머무는 손님과 직원들은 마약 제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한달 가까이 호텔 직원의 청소를 거부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금·원료·도구 공급책인 대만인 B씨를 특정해 최근 검거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며 해외에 있는 윗선으로부터 비밀 메시지를 받아 각자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기술자가 마약 제조 거점으로 한국을 정한 부분이 특이하다"며 "국내 마약 시장이 조금씩 커지다보니 수요에 발맞춰 입국하는 피의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후속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유통책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 마약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