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경기 구리시 4D랜드에서 김경희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
미국의 영재 및 창의력 교육 분야 최고 권위자인 김경희 미국 윌리엄메리대학 종신교수는 26일 경기도 구리시의 창의교육교재 4D프레임 제조회사 4D랜드에서 강연을 갖고 한국 교육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 공교육은 4차산업혁명시대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창의력, 상상력과 무관한 입시위주 단순 정보 암기와 문제풀이에 치중하는 데서 탈피해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세계 각국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세 분야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학력평가(PISA) 테스트에서는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얻지만 창의력 지수는 꼴찌 수준이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 미국 '창의력 저하' 연구결과 메가톤급 충격
↑ 윌리엄메리대 연구실에서 김경희 교수 |
그의 연구결과에 미국 교육계와 심리학계가 주목하면서 영국, 네덜란드 등 각국 정부와 교육기관이 창의력 증진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방안을 자문했고 연구 성과와 사회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창의력 분야 노벨상'인 토런스(Torrance)상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수상했다.
김 교수는 이날 4D랜드 박호걸 대표 초청으로 저자 사인회 겸 질의응답을 진행하기 앞서 50여명 청중 앞에서 저서 내용과 한국 학부모에 당부할 바를 2시간 가까이 격정 토로했다.
그는 미국 연구기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양인의 높은 학업성취도와 명문대 진학률에 놀랐고 직장에서의 낮은 승진률에 놀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성적 지향 공부로는 창의력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며 의욕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해당 분야 전문성을 기르고 '틀 안에 갖힌 사고'를 벗어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동양인의 '높은 성적 낮은 실력' 아이러니는 '유교적 교육 풍토(Climate)' 탓인데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튀면 안 된다'라는 획일성 강요와 강력한 위계질서 속에서 권위에 도전하는 정신을 억누르는 것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국가들의 공통점"이라고 진단했다.
◆서양의 '튀는 사고 장려' 동양과 큰 차이
반면 "서양은 '삐걱대는 바퀴가 윤활유를 얻는다(The Squeaky Wheel gets the grease)'라는 속담만큼 튀는 사고에 관대하고 장려하는 문화를 볼 수 있다"며 동양의 획일주의와 천편일률적 사고와 비교되는 서양문화의 특징을 묘사했다.
또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서 중국이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시험위주 능력주의와 성적만능주의가 가장 강한 나라인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창의력 배양을 위해 동양적 권위주의와 입시위주 교육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호기심과 질문을 장려하는 '햇살(Sun) 풍토'와 뚜렷한 방향정립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 정신을 기르는 '비바람(Storm) 풍토',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수용하는 '토양(Soil) 풍토' 깊은 생각, 확장되는 생각의 여유를 보장하는 '공간(Space) 풍토' 등 창의력 함양 풍토 조성을 제시했다.
그는 풍토에 이어 긍정적이고 유머와 열정이 있으며 독립적, 다문화적인 태도(Attitude)의 육성, 독특하고 유용한 상상력과 전문성, 비판력 등 사고의 기법(Thinking Skill)이라는 세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창의력 증진 교육은 풍토와 태도, 사고기법의 이니셜을 조합한 'CAT이론'으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이어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틀안(Inbox)', '틀밖(Outbox)', '새틀(Newbox)' 사고력의 3단계 과정을 제시했다. 이른바 ION사고력이다. CAT과 ION은 그의 창의력 증진 공식으로 통한다.
◆유태인 '엄마 교육권'이 노벨상 경쟁력
그는 창의력지수(CQ) 측정기준인 '토런스창의력검사(TICT)'를 개선해 올해 안에 온라인 공개하고, 내년에는 한국어판 테스트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은 입시산업 종사자와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결국 엄마들이 교육혁신의 각오를 가지고 창의력 교육에 앞장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태인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동양인의 625배에 달할 만큼 유태인들의 창의성이 크게 발현되는 결정적 이유로 '엄마의 교육주도권'을 꼽았다.
유태인으로 인정받는 것도 부계가 아닌 모계가 기준일 만큼 교육을 비롯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엄마들의 주도권이 확고하고, 유태인 사회 전통에 따라 엄마들이 창의력과 독립심, 권위에 대한 도전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을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김경희 교수 저서 `미래의 교육` 표지 |
김 교수는 지난 25일 방한 직전 네덜란드 정부 의뢰로 영재교육과 교육혁신 방안을 자문했고, 오는 6월24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학부모 300여명을 대상으로 창의력 함양 교육이론을 강의한다.
[구리 = 이창훈 매경비즈 4차산업혁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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