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같지 않은 예쁜 디자인 덕입니다. 여기에, 망고, 민트 같은 맛있는 향은 덤이죠. 덕분에 2015년 미국에서 출시한 뒤 2년 만에 그 큰 미국 전자담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그런데 이 '쥴' 판매 1위 뒤에는 미국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그냥 보면 작은 USB처럼 생긴데다, 냄새나 연기도 거의 없으니 어른들 눈을 피해 몰래 피우기 쉬웠거든요.
실제로 '쥴'의 인기는 미국 고교생 흡연율을
1년 만에 80% 가까이 끌어올렸습니다. 깜짝 놀란 미 식품의약국은 판매금지 검토 공문을 보냈지만, 이미 때는 늦었죠.
이 문제의 전자담배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미국 청소년도 쉽게 유혹에 빠졌으니 우리라고 다를 건 없을 겁니다. 청소년들의 흡연이 느는 건 이제 시간 문제겠죠.
그러면, 청소년들이 건강에 해로운 이 '예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냐고요? 물론 그러면 좋죠,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그 난리가 났고, 미국이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대응이 늦었다고 하지만, 우리는요? 아닙니다. 국내에 들어올 걸 다 알고 있었고, 계속 문제도 제기됐지만, 정부는 지금껏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못 팔게 못 한다면, 그럼 아이들을 못 피우게 하면 되지 않느냐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청소년 흡연을 금지하는 법이 따로 없습니다. 경찰에 걸려도 그냥 야단 조금 맞거나 훈방 조치 정도로 끝나죠.
예고된 사태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가, 버스 회사가 파업을 예고한 바로 그 전날, 급히 땜질식 처방, 그것도 국민 세금으로 버스 대란을 막았던 일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던 건 별 차이가 없지요. 미국처럼 청소년 흡연율이 급등한 뒤에나, 아이들이 중독이 된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을 또 내놓을까요.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무능함은 국민을 당황케 만들고, 답답하게 만들고, 때로는 엄청난 피해도 줍니다.
청소년 흡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는 사회의 희망이다, 미래다 하면서 정작 아이들이 담배를 사고 피우는데도, 예상을 다 했으면서도, 뒷짐만 지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앞으로 흡연족이 되어라'라며 부추기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