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가운데 60% 이상이 부주의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동주택 화재 사망자는 새벽 시간대에 집중됐으며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수면이나 음주, 장애 등 화재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늘(22일) 행정안전부가 국토교통부·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지난 3월부터 어제(21일)까지 진행한 '공동주택 화재 원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2만4천84건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285명이 사망하고 1천996명이 다치는 등 모두 2천281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공동주택 화재를 원인별로 보면 부주의가 1만4천872건으로 전체의 61.8%를 차지했습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나 음식물 조리 중 자리 비우기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생긴 화재가 절반을 훌쩍 넘은 것입니다.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화재가 4천888건(20.3%)으로 두번째로 많았고 기계적 요인 1천208건(5.0%), 방화(의심 포함) 983건(4.1%), 가스누출 123건(0.5%)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는 2천10건(8.3%)이었습니다.
공동주택 화재 사망자는 야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오전 1∼3시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오전 3∼5시(32명), 오후 7∼9시(27명), 오후 11시∼오전 1시(26명), 오후 9∼11시(25명)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오후 7시부터 자정을 지나 오전 5시에 이르는 시간대에 공동주택 화재 사망자의 54.0%(154명)가 몰렸습니다.
절반이 넘는 사망자가 수면이나 음주, 장애 등으로 화재 인지와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화재 발생 시 수면 중인 경우가 84명, 음주 상태는 39명이었으며 지체·정신장애인 사망자도 36명이 포함됐습니다. 전체 사망자의 55.8%(159명)가 화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제때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했습니다.
또한 화재 인식 후 피해자들의 행동 패턴을 보면 본능적인 반응으로 피해를 키우거나 피난 경로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부적절한 대피 수단을 택한 사례 등이 여럿 나타났습니다.
화재를 신고하거나 주변에 알리지도 않고 문을 열어둔 채로 무작정 탈출해 불이 더 크게 번지게 하거나, 본능적으로 밝은 곳을 향하다 창문에서 추락사한 경우, 창문으로 대피하려 했으나 방범창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한 경우, 익숙한 경로인 승강기로 대피를 시도하다 사망한 사례 등이 적지 않았습니다.
행안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화재 예방 교육·홍보 강화, 노후 공동주택 전기설비 정기점검 신설, 공동주택 피난시설 정보 제공 확대 등 10개 개선과제를 발굴해 관계기관에 이행을 권고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방에서 수면 중인 거주자도 경보음을 들을 수 있도록 화재 경보 벨 기준을 개선하는 것과 대피공간·피난시설 기준 구체화, 화재 시 행동요령 홍보 강화 등도 과제에 포함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