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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성호육묘장`을 운영하는 안상덕 씨(65)가 고추 농사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캡처] |
60대 농부 겸 유튜버 안성덕(65)씨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간단명료한 답을 내놨다. 우연찮은 계기로 유튜브에서 농사 콘텐츠를 접했다는 그는 "'내가 더 잘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껄껄 웃었다. 지난 2일 진행한 전화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안씨는 50년 내공을 갖춘 베테랑 농부다. 농부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무, 배추, 참외 등을 직접 심어 청과시장에 가져다 팔며 농사의 노하우를 몸소 배웠다. 수십년간 농사만 지었다는 그는 지난해 여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충남 천안에서 운영하는 농장 이름을 따 만든 유튜브 채널 '성호육묘장'이 바로 그것이다.
성호육묘장은 채널이 개설된 지 9개월 만에 구독자 11만명을 끌어모은 농촌 콘텐츠계의 1인자 채널이다. 안씨는 이곳에 고추 농사 노하우부터 돼지감자 잘 가꾸는 법, 옥수수 가뭄 안 타게 심는 법까지 각종 농사 콘텐츠들을 통해 자신만의 비법을 공유한다. 때로는 시골에서나 볼 법한 기상천외한 곤충과 동물들의 영상을 올리며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지금까지 찍은 영상은 160여 개. 2~3일에 한 번 꼴로 영상을 올리는 그는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힐링을 주는 할아버지'로, 시니어들에게는 '농사 스승님'으로 통하고 있다.
안씨의 채널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올린 '두더지 영상'을 공개한 뒤부터다. 당시 그는 농사 도중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두더지를 발견해 두더지의 못된 만행을 고발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이후 해당 영상은 조회수 420만회를 돌파하며 온라인상에서 한바탕 화제를 모았다. 영상 하단에는 "별 내용도 없는데 재미 있다" "왠지 힐링된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안씨의 영상은 대부분 편집을 거치지 않는다. 자막은 물론 음악도 삽입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이다. 촬영 장비는 휴대폰 카메라가 전부다. 덕분에 온갖 소음이 영상에 들어가고 화면도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오히려 반응이 뜨겁다. 안씨는 "할 줄 모르니 대충 휴대폰으로 찍는 거지"라며 멋쩍게 웃었지만, 잘 편집된 영상과는 또 다른 친근하고 편안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 구독자들의 반응이다.
성호육묘장에 올리는 영상은 주로 아내가 촬영을 도맡고 업로드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처음 안씨가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그의 가족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50년 동안 열심히 갈고 닦은 노하우를 다 공개해버리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가족의 만류에도 안씨는 "나도 남 도움 받아 잘 된 건데 좋은 일은 나눠야지"라며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안씨의 선한 의도가 구독자들에게 전해진 것인지 그는 요즘 생전 처음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은 기본, 농사 꿀팁을 전수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물도 보낸다. 그는 "제주도 구독자한테는 귤을 받고, 해안가에 사는 분들에게는 전복을 받았다"며 "받고만 있을 수 없어 직접 심은 모종을 챙겨 보냈다"고 말했다.
1:1 강의를 듣고 싶어 전화하는 이들도 줄을 선다. 안씨는 "모종 심느라 바빠 죽겠는데 전화가 엄청 온다"며 "그래도 알려주면 도움이 되니까 시간 되면 다 받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안씨의 농장을 구경하기 위해 부산, 광주 등지에서 직접 찾아오는 구독자들도 있다. 이들은 몇 시간을 달려 조언 구하고 돌아간다.
기자를 놀라게 한 답변은 안씨를 찾는 이들의 70%가 65~70세 정도의 장년층이라는 것이었다. 안씨는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연락을 많이 한다"며 "퇴직하고 시골 내려가 농사지으려는 사람들이 내 영상을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널을 구독하라고 했더니 우리 또래는 구독하면 돈 내야 되는 줄 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젊은 세대부터 유튜브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세대까지 전 연령의 구독자를 아우르다 보니 안씨는 요즘 농부가 아닌 크리에이터로서 숙제가 많다.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밌게 농사를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는 안씨의 말은 영락없는 창작자의 모습이다. 다른 농촌 콘텐츠와 차별성이 있게 직접 품종을 비교하고 실험하면서 전문성을 더 높이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10만 구독자 이벤트를 해야 하는디, 뭘 하면 좋을 지 고민이여." 안씨는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건 몇 장을 좋은 거로 100명 정도 보내줄까 싶어. 두세 명 비싼 거 주는 것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구독자들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알려주고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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