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동원됐던 피해자 54명이 29일 일본기업 9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9개 기업 중 6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광주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피해자 54명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광주지법과 목포지원(1명)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소송 원고 중 생존자는 3명이고 51명은 유족이다. 원고로 참여한 유족 중 자녀가43명, 손자 6명, 조카 2명 등이다.
1940년대 당시 일본 현지에서 사망한 6명과 후유장애나 부상을 인정받은 사람도 10명 포함됐다. 기업별 원고는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 19명, 미쓰비시중공업 12명, 스미토모석탄광업(현 스미세키홀딩스) 8명, 미쓰이 광산(현 니혼코크스공업) 7명, 신일철주금(현 신일본제철) 3명, 일본광업(현 JX금속) 2명, 니시마쓰건설 1명, 후지코시강재 1명, 히타치조선 1명 등 총 9곳 54명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던 기업은 3곳(미쓰비시 중공업, 신일철주금, 후지코시강재)으로 나머지 6개 기업은 첫 피소된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직접 피해자는 1억원, 유족의 경우 자녀와 배우자는 각 2000만원, 손주나 조카는 500만원 등이다. 민변 관계자는 "소송을 진행하는 원고가 대부분 유족으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자녀와 손자 등 합해서 최고 1억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민모임과 민변은 이번 소송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5일까지 광주광역시청 1층 민원실에 강제동원 피해접수 창구를 마련,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모집 결과 피해 사례 접수는 모두 537건이었으며 소송 참여 방법 등을 묻는 전화·방문 상담도 1000여건이 넘었다. 537건 사례 가운데 현존 기업의 지위승계와 구체적인 피해사례 증명 여부 등이 확인된 피해자만 소송원고로 확정했다.
민변 김정희 변호사는 "피해자 대부분이 '강제동원 피해심의 결정통지서' 등 입증 서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본 기업을 확인할 수 없거나 기업이 없어진 곳은 제외했다"면서 "조사를 거쳐 추가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지원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로 확인된 22만 4835건 중 14만7893건이 노무 동원 피해자로 밝혀졌다. 이 중 광주·전남지역 노무 동원 피해자는 2만6540건이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는 지난해 대법
시민모임측은 "피해자 대다수가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권리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난데다 한·일 외교 갈등의 중심에 있는 사안이라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