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에서 20여 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 61살 김 모 씨의 얼굴에 깊은 시름이 배었습니다.
사과나무를 어루만지던 김 씨는 "중요한 개화 시기에 때아닌 봄 추위가 닥쳐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며 탄식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영하권으로 수은주가 뚝 떨어지는 추위가 지역별로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한 봄철 냉해가 발생했습니다. 전국 과수농가들이 울상을 짓는 이유입니다.
농민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일손을 바삐 놀려야 할 시기이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맥이 풀린 분위기입니다.
지난 26일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냉해 면적은 전국적으로 2천800㏊를 웃돕니다. 시·도별 조사가 끝나는 다음 달이면 면적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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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해를 본 사과 꽃눈(보은군 삼승면)과 옥수수(충주시 엄정면) / 사진=충북도 제공 |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전남입니다.
이달 초부터 1주일가량 아침마다 수은주가 영하권에 머무는 쌀쌀한 날씨가 순천, 나주, 광양 등 10개 시·군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현재까지 신고된 피해 규모만도 1천207개 농가, 1천167㏊에 달합니다.
개화기를 전후한 냉해 탓에 배, 매실, 참다래의 꽃눈이 고사했거나 잎이 말라버렸습니다.
경남에서도 지난달 말 새벽 기온이 영하 3.8℃까지 떨어지면서 배 주산지인 진주와 하동의 농가 태반이 비슷한 피해를 봤습니다.
628㏊의 과수원 배나무 꽃이 검게 변했거나 말라 죽었습니다.
경남도 농업기술원은 피해가 비교적 적은 배꽃에 인공수분을 해 결실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15∼16일 새벽 한때 기온 영하 3.2℃까지 떨어진 충북에서도 과수·밭작물 냉해가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은 571.7㏊입니다.
냉해는 사과·배 등 과수는 물론 옥수수, 담배, 감자 등 밭작물에서도 발생했습니다.
충북도는 다음 달 말까지 정밀히 조사할 계획입니다.
경북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4일까지 저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배, 자두, 복숭아 등 농작물에서 피해가 났습니다.
냉해 면적은 304.4㏊로 추정됩니다.
경북도는 해당 농가에 농약 대금과 생계 안정 구호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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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20㎝가 넘는 눈이 온 경북 영양군 / 사진=경북도 제공 |
배 산지로 유명한 울산 울주군에서도 이달 초 냉해가 발생했습니다.
한창 배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발생한 냉해로 216개 농가가 130㏊의 농경지에서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습니다.
과수의 개화
이들 지역에도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지만, 과수가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던 터라 이렇다 할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피해가 나지 않은 꽃에 인공수분을 꼼꼼히 하고, 과일 솎기와 가지치기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