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전 노동조합 위원장이 조합비를 횡령하고 임단협 찬반 투표함을 바꿔치기 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업무상 횡령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현대제철 전 노조 지회장 A씨(51)와 전 노조 간부 B씨(39)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7∼2018년 당시 노조 간부를 맡아 일하면서 다른 간부 2명과 함께 조합비 1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조합비는 신분 보장기금 3000여만원, 법률자금 3000여만원, 투쟁기금 800여만원, 총파업 버스비 250만원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이 빼돌려 사적으로 쓴 비용만 7000만원가량"이라면서 "규정에 맞지 않은 용도로 사용한 횡령금까지 더 하면 1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A씨 등 2명은 또 다른 전 노조 집행부 3명과 함께 지난해 10월 9∼11일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노사 합의안을 두고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에서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투표 마감 후 인천지회 투표함을 포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A씨 등이 다른 노조 간부들에게 지시해 경기도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인천 등 4개 지역에 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노조는 임단협 노사 합의안이 나오면 각 공장별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 뒤 한데 모아 개표한다. A씨는 조합비 횡령 의혹에 대해 경찰에서 "노조 조합비는 사적으로 사용했고 추후에 문제 제기가 있어 모두 반환했다"고 진술했다. 임단협 찬성 투표함 바꿔치기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노조 집행부의 신임 문제와 관련돼 있어 찬성이 많이 나오도록 바꿔치기를 지시한 것은 맞다"면서도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알아보니
A씨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논란이 조직 내부에서 일자 다른 집행부원들과 함께 총사퇴했다.
[인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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