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출구 앞에서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10대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이 선처했지만 감형 이유에 간질(뇌전증)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고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26일 특수절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모씨(19)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에 복귀하여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기회를 준다"며 "죄가 가벼워서 석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씨가 아직 어린 나이이고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에게 간질이 있으며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씨의 감형 이유 중 하나로 꼽힌 간질에 대해선 논란이 예상된다. 간질이 직접적인 한씨의 범행 유발 원인이었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간질은 신체적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세포 이상에 의한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간질로 인해 타인에 해를 입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표적인 증상인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베란다에서 추락하거나, 운전 중 사고가 나는 등 오히려 본인이 위험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간질로 인해 누군가에게 원한을 품고 흉기를 준비하며 계획적인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며 "정신질환으로 감형을 받으려면 범인의 현실 검증력, 판단력이 범행 당시 질병 때문에 흐려졌었는지 증명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한씨는 지난 1월 암사역 인근에서 친구이자 절도 공범인 박 모씨(19)에게 커터칼을 휘둘러 허벅지 등을 다치게 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한씨는 강동구에 있는 슈퍼마켓 등을 같이 절도하던 박씨가 경찰에 체포돼 자신을 공범으로 지목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한씨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과 경찰이 한씨를 테이저건으로 제압하지 못하는 장면이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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