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를 재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안 전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증거 보강 작업을 이어온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오늘(12일) 오전 안 전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했습니다.
애경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간 CMIT·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고, 안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과 소비자 피해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인정된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애경산업의 가장 윗선인 셈입니다. 그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사위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2016년에도 애경산업을 수사했지만, 옥시가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와 달리 애경 제품의 CMIT·MIT 원료는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가 중단됐습니다. 뒤늦게 CMIT·MIT의 유해성이 인정되면서 수사가 재개됐습니다.
검찰은 안 전 대표를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수사한 뒤 기소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지난달 29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애경은 SK케미칼로부터 완제품을 공급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SK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검찰은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 제조는 물론 용기·제품라벨·표시광고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SK와 긴밀히 협조했다는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경이 단순히 제품을 받아서 판매만 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향을 추가하는 등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성분 일부가 바뀌었는데도 SK 측에서 안전성 검사 자료를 받지 않는 등 애경이 주의의무를 충실히 지키지 않은 정황도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애경이 소비자 민원(클레임)을 묵살하거나 허술하게 처리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재조사를 시작한 검찰은 수사 4개월여 만에 필러물산(2명), 애경산업(3명), SK케미칼(1명) 전직 임원 등 6명을 기소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중 4명은 구속된 상태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