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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계연구원이 수행한 공기청정기(숫자는 공기청정기 개수)의 미세먼지 저감효과 실증 결과. 실외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같아도 건물 기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은초가 위례별초보다 실내 PM2.5 농도가 높다. 연구진은 실내 PM2.5의 경우 대부분 외부에서 유입된다고 분석했다. [자료 제공=한국기계연구원] |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은 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단순히 정화 장치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한 실장 연구진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서울, 광주 지역 6개 학교에서 공기청정기 9종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실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날 발표된 실증 결과에 따르면 적정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잘 관리할 경우, 교실 내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평균 60% 이상 저감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공기정화장치 사용기준인 교실 크기 대비 1.5배 용량(적용면적 100㎡ 이상, 바람의 양 분당 13㎥ 이상) 1대를 쓸 때 초미세먼지 63∼64%가 저감됐다. 미세먼지(PM10)의 경우 54∼61%를 낮출 수 있었다. 교실 내 공기청정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실제 교실 환경에서 검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입자가 작아 인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PM2.5는 대부분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9시 등교부터 오후 2시 하교까지 학생들의 하루 일과에 따른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추적 관측한 결과, PM2.5 농도는 학생들이 밖에 나갔다 오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직후 높게 나타났다. 또 실외 농도가 높아지면 실내 농도도 높아지고, 실외 농도가 낮아지면 실내 농도도 함께 낮아졌다.
때문에 건물이 지어진 지 오래 된 학교는 신축 학교보다 기밀도가 낮아 외부의 초미세먼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성능의 공기청정기를 쓰더라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떨어졌다. 학교 인근 실외 PM2.5 농도가 같은 상태에서 2011년 개교한 신은초와 2016년 개교한 위례별초의 실내 PM2.5의 24시간 평균 농도를 비교한 결과, 건물 기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은초는 실외 농도의 76% 수준인 반면 위례별초는 실외 농도의 57% 수준에 그쳤다.
반면 교실 내 PM10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보다 학생들의 실내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PM2.5의 경우 실내 농도가 실외 농도의 59~70% 수준이었지만, PM10은 오히려 실내 농도가 실외보다 29.7~45.4% 더 높게 나타났다. 한 실장은 "PM10은 입자가 커 공기청정기로 잘 흡입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며 "PM10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바닥 물청소, 창틀 청소, 실내화 착용, 먼지떨이 발판 사용과 같은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2020년까지 3년 내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 환기시설 등 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은 공기청정기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공기청정기가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농도는 환기를 하지 않는 교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공기청정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공기청정기가 없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사례도 있었다.
한 실장은 "미세먼지를 잡는 데는 환기장치보다 공기청정기가 더 효과적이지만, 공기청정기로는 이산화탄소나 유해가스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공기청정기와 환기장치를 병행 사용하는 편이 가장 좋다"며 "필터 등 정화 장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미세먼지 저감
한편 지난달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7월 2일부터는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실에 공기정화설비 및 미세먼지 측정기기 설치가 의무화된다. 관련 비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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