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와대가 외유성 출장과 아들의 호화 유학 의혹이 있는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며 한 말입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했지요.
청와대는 굳이 변명을 하자면, 사전 검증과정에서 후보자가 말하지 않으니 몰랐고, 알았던 것도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하기 위해서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했습니다. 2년 전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임명 시 병역기피나 세금탈루,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등 7가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지명을 원천 배제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요.
그런데 지난 2년간, 임명 기준에 맞지도 않고,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도 하지 않은 후보자가 10명이나 임명됐습니다. 위장전입은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하지 않을 것, 연구 부정 행위는 2007년 2월 이후 하지 않은 사람, 음주운전은 최근 10년 이내 2회 이상 안 한 사람 같은 단서 조항을 둔 건데, 겉으로 보기엔 엄격한 것 같지만 속으론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만들어놓은 셈인 겁니다.
당시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했는데, 이럴 것 같으면, 애초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춘단 말은 하지 않는 게 낫죠. 물론, 현 정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부터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후보자 33명 중 거의 대부분인 30명이 청와대 직권으로 임명됐으니까요.
인사청문회 때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인사 검증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기준을 덧붙이고 덧붙여 만든 게 지금의 7대 기준인데, 이 역시 제대로 된 기준이 되진 못하나 봅니다. 여기에 또 뭔가 덧붙여야겠다고 하거든요. 기준은 가장 밑바탕이 되는 기본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예외를 둬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란 거지요.
유럽처럼 의회 진출부터 자격 검증을 철저히 해서, 그들 중에 임명을 하던지, 미국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사전 검증 기준을 만들 수 없다면, 또, 기준이 있더라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면, 적어도 국민 눈높이에 맞춘단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과도, 변명도 한두 번이면 족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