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 차관이 지난 금요일 밤 해외로 나가려다 출국금지되면서, 검찰의 재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연루설이 연일 제기되면서 이로 인한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사회부 이혁근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 질문1 】
이 기자, 김학의 전 차관이 자충수를 둔 것 같아요. 해외출국 시도가 오히려 재수사 빌미를 줬다고 봐도 될까요?
【 기자 】
네, 어떤 이유로든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소환을 통보한 게 지난 15일이었습니다.
물론 조사단이 강제수사권이 없어서 데려올 방법이 없었지만, 이때도 소환 불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난 그젯밤 방콕으로 나가려고 했거든요.
누리꾼들은 전직 법무 차관이 야심한 시각을 틈타 몸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본인과 가족은 해외에 도피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김 전 차관과 비슷한 외모의 사람을 앞세운 사실에 대해 의도가 수상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사단 관계자도 "김 전 차관이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에 재수사를 하게 된다면 일정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질문2 】
조사단이 그렇게 말했으면 이제 재수사가 가시화됐다는 거군요.
그런데 사건이 좀 복잡해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쟁점은 어떻게 됩니까?
【 기자 】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원주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처벌할 수 있는 건 2007년 12월 22일 이후에 벌어진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불법 촬영이나 성매매 혐의는 공소시효가 다 지났거든요.
그러니까 언제 누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명백하게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당시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나왔는데, 여기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무혐의 이유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여성이 당시 입은 옷을 잃어버렸다고 하니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런 대목도 있거든요.
그런 끔찍한 일을 겪은 게 사실이라면, 당시 입었던 옷을 버리거나 태우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수사기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에 대해 밝혀야 합니다.
방금 전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이 부분에서 바로 정치적 공방이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3 】
김학의 사건의 불꽃이 여의도에도 옮아붙었어요.
도대체 왜 갑자기 황교안, 곽상도 이런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겁니까?
【 기자 】
두 정치인의 당시 직책을 보면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뒤쪽을 함께 보시죠.
얼마 전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된 황교안 대표는 과거 김학의 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시절 법무 장관이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직속 상관이었던 거죠. 여당 대표가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22일)
- "법무부 장관을 했던 분이 차관이 경질되는 과정과 그 내용을 잘 몰랐다고 하는 얘기를 하고 계신데,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비슷한 맥락에서 곽상도 한국당 의원도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곽 의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차관 인사 검증을 해야 하는 민정수석이 무엇을 했느냐 이런 책임론이 불거져 나온 겁니다.
【 질문4 】
네, 그러니까 외압이 있었다면 이 두 정치인의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이런 의혹이 있는 거군요.
그런데 당사자는 부인했다고요?
【 기자 】
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황교안 죽이기'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한 명의 이름을 에둘러 언급했습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채동욱 전 총장인데요.
채 전 총장이 박근혜 정부와 갈등을 빚다 사퇴했는데, 여기에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했다는 반박입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도 MBN 취재진에 입장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곽상도 / 자유한국당 의원
- "이런저런 항간에 말이 있어서 경찰에 혹시 무슨 조사 받고 있는 거나 수사하는 거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서 뭐가 있느냐 우리가 공식적으로 확인을 했죠. 그랬더니 경찰이 없다고 분명히 보고를 했어요 인사 검증 때는."
김학의 사건이 정식 수사로 넘어간다면, 외압 의혹에 대해선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관련 인물에 대한 소환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 클로징 】
우리나라 전직 법무 차관이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사건 흐름이 아주 빨라졌습니다.
부실수사 의혹으로 시작된 사안인 만큼 아무쪼록 이번엔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뉴스추적, 이혁근 기자였습니다. [ root@mbn.co.kr ]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영상편집 :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