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주범격 피의자는 범행 이후 피살된 모친 휴대전화를 이용해 모친 행세를 하며 한동안 '연막작전'을 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이번 범행을 한 달 가까이 준비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나 이토록 계획을 짜 범행에 나선 동기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강력계는 이 사건 피의자 34살 김 모 씨가 이 씨의 부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5일 이후 한동안 숨진 피해자 중 한 명인 이 씨의 어머니 행세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김 씨는 사건 현장에서 이 씨의 어머니 휴대전화를 갖고 나와 들고 다니며 이 씨의 동생 등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면 자신이 어머니인 것처럼 꾸며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 씨의 이 같은 행각은 며칠간 이어졌고 이 씨의 동생은 어느 순간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것처럼 느껴 불안한 마음에 직접 부모의 집에 찾아갔지만,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에 김 씨는 어머니에게 카카오톡으로 바뀐 비밀번호가 무엇인지를 물었고 김 씨는 이때도 자신이 어머니인 것처럼 바뀐 비밀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그러나 이 비밀번호는 잘못된 번호였고 이 씨의 동생은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후 이 씨의 동생은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고 카카오톡 연락도 끊기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이 사건 경찰 수사가 이 씨 동생의 실종신고에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김 씨의 이 같은 은폐 행각은 경찰의 수사를 늦추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아버지 휴대전화 또한 현장에서 사라져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며 "김 씨가 정확히 며칠간 피해자 행세를 했는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한 달 가까이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나타났습니다.
김 씨는 범행 당일 중국으로 출국한 A 씨 등 공범 3명을 모집하기 위해 지난달 초 공범들을 모집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씨는 경호 인력을 모집한다는 명목으로 글을 올려 A 씨 등과 접촉, 사전 모의를 거쳐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 등은 미리 주변 정리를 모두 마친 뒤 범행 직후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 사실상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갔습니다.
김 씨와 공범들이 이처럼 치밀하게 계획을 짜 범행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범행동기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습니다.
김 씨는 경찰에서 "이 씨의 아버지가 2천만 원을 빌려 간 뒤 갚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김 씨와 피해자 사이 채무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피해자들을 살해한 뒤 가져간 5억 원의 행방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공범들에게 일부 나눠준 뒤 나머지는 내가 갖고 있다가 썼다"고 진술했지만 정확한 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김 씨 검거 당시 김 씨가 가져간 5억 원 가운데 1천 800여만 원을 회수하고 김 씨가 나머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5억 원은 이 씨의 동생이 사건 당일 차량을 판매한 대금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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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김 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내일(20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