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와 고민을 많이 하느라 그런 걸까요. 아닙니다. 이른바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만 봐도, 소중한 목숨을 잃고 나니 부랴부랴 개정안을 통과시켰거든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7년 10월, 아파트 단지 안 횡단보도를 건너던 다섯 살 아이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은, 가해 운전자가 금고 1년 4개월의 처벌로 끝났고, 그래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거 기억하시죠.
지금의 도로교통법은, 아파트 단지 안의 도로를 도로로 보지 않기에 가해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없거든요. 1년 전,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은 '도로 외 구역'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를 신설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달라진 건 없습니다. 법이 발의되면 뭐합니까.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는데요.
또, 최악의 미세먼지로 전국이 아우성인데,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된 법안 50여 개는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 유치원 3법처럼 패스트 트랙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정치적 이유로 힘겨루기를 하거나 내용의 접점을 찾지 못하다가 국회 임기가 끝나면 그 법안들은 자동 폐기돼 휴짓조각이 됩니다.
지난 19대 국회만 해도 이렇게 자동 폐기된 법안만 10,000건에 육박했죠. 아직도 입법이 시급한 유치원 3법, 대다수의 미투 법안, 소방관 처우 개선 관련법, 전두환 국립묘지 안장 금지법 등 통과 못 한 법안들은 산 같이 많습니다.
두 달 만에 문을 연 국회가 첫날부터 상임위를 열고 미세먼지 법안 심사 등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잠자는 법을 깨울 곳은 국회죠.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