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유치원들이 개학 연기를 강행하면서 다음 주 당장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던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 학기 돌봄 대란이 현실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사회부 정수정 기자와 뉴스추적 진행하겠습니다.
【 질문 1 】
정 기자, 한유총 소속 유치원에서 '개학 연기'라는 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한유총의 '강 대 강' 대치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은데요.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 기자 】
네, 교육부와 한유총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여기서 일부 유치원 원장이 공금으로 명품백을 사는 등 비리가 알려지며 파문이 있었습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들이 나왔는데요.
한유총은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전체로 일반화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 질문 2 】
그래서 그때, 교육부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 기자 】
네, 맞습니다. 그 방안을 토대로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에듀파인'이라는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되면서, 그래서 2백 명 이상의 사립유치원에서는 의무적으로 '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합니다.
해당되는 유치원은 모두 581곳입니다.
한유총은 일단 에듀파인은 수용하겠다, 대신 시설 사용료를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조치를 해달라는 겁니다.
정부는 한유총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에듀파인 도입은 수용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절차대로 진행되는거라는 입장이고요.
양측이 이런 사안에 대해 접점을 전혀 못 찾다가 결국 이런 상황이 터지게 된 거죠.
【 질문 3 】
일단 당장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문제인데요.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정말 막막할 것 같습니다.
【 기자 】
학부모들은 불만을 떠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오늘(2일) 유치원 학부모들을 10명 이상 만나봤는데요. 당장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하냐며 한유총의 이기적인 태도에 한숨을 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유치원 자녀 엄마
- "한유총이 너무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여러 가지로 불편하겠죠. 맞벌이하는 사람들은 당장 보내야 하는데…."
▶ 인터뷰 : 유치원 자녀 아빠
- "양쪽의 입장은 이해가 되는데, 대안이 나올 수 없는 순간에 그런 식으로 무제한 연기를 한 거잖아요. 당장 다음 주고 28일 날 발표를 하면서 휴일이 연이어졌기 때문에 대체할 시간이 없고…."
【 질문 4 】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는데 교육부는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기자 】
그런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한유총은 정부가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고 줄곧 주장해 왔습니다. 정부가 엄정 대응·강경 대응 원칙만 밝힌다는 건데요.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어제(1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긴급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여기서 "정부가 제시한 공공성 강화 대책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밝혔습니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한유총과의 대립에만 매몰돼 실제 학부모들이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게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 5 】
문을 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이들을 맡길 곳은 있는 건가요?
【 기자 】
정부는 일단 '비상 돌봄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습니다.
내일(3일) 오전 9시부터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돌봄 신청을 받고, 월요일부터는 국공립유치원을 통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인데요.
하지만 비상 돌봄 체계가 잘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장소와 인원 때문인데요. 정부가 부랴부랴 마련한 비상 돌봄 시설들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 곳이 많습니다.
일부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비는 시간을 이용하는데,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1시까지밖에 못 쓰는 곳도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당장 오늘 오후까지도 투입 가능한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이 안 된 상황입니다.
돌봄 공백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죠.
【 앵커멘트 】
물론 양측의 입장이 다르겠지만요.
당장 아이를 맡길 데 없는 학부모들의 타는 심정을 좀 먼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정수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