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사건에서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뒷받침했던 '신의칙(信義則)' 적용 기준을 놓고 이제까지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들을 정리할 수 있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다음 주 나온다. 이 판결 결과에 따라 같은 쟁점으로 소송중인 기업들 가운데 추가 재정 부담을 지는 곳이 생길 수 있다.
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오는 14일 버스 운전기사 박모씨 등 22명이 시영운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2015년 10월 전합에 회부된 지 3년 4개월만이다.
박씨 등은 2011년도 단체협약에서 정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차액 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2013년 3월에 냈다. 앞서 1·2심은 "회사가 추가로 7억8000만원을 지급하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고, 이는 신의칙에 반한다"며 모두 회사 손을 들어줬다.
핵심 쟁점인 신의칙은 2013년 12월 전합이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의 지급 예외 기준으로 제시한 근거다. 전합은 "사측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결국 근로자에게 피해가 미쳐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경우 근로자 측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가 어려우면 임금을 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당시 이인복·이상훈·김신 대법관은 "신의칙으로 근로기준법의 강제성을 배척하는 다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들고, 거듭 살펴보아도 그 논리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이 경영상 어려움을 따지는 신의칙에 대해 명확한 정리를 못 내렸기 때문에 이후 5년간 통상임금 사건 재판부마다 신의칙에 대해 제각각 다른 판단을 내렸다. 당기순이익처럼 통일된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삼은 것도 아니고, 당기순이익 등의 어느 수준이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지도 합의된 원칙이 없었다.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노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그 때문에 이번 전합 선고에서 신의칙을 인정할 수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 원칙과 기준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통상임금을 인정하는 고정성·정기성·일률성처럼 큰 틀에서 판단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의칙 자체를 부정하는 급격한 판례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 판례가 나오면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금호타이어, 만도 등 주요 기업들이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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