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옆쪽에 각종 나무가 심어져 있고 의자까지 놓여 있는 휴식 공간을 본 적 있으신가요?
서울시가 도심 속 녹지공원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2014년부터 조성하고 있는 가로 정원인데요.
그런데 정원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쓰레기장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노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여의도역 인근 가로 정원입니다.
대로변 인도 양 측에 각종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담배꽁초들은 물론 공사 때 썼던 폐 사다리가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 스탠딩 : 노태현 / 기자
- "의자 뒤 풀밭에는 녹슨 건축자재와 1회용 플라스틱 컵 등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산업단지 주변 가로 정원 풀숲에는 대형 현수막이 버려져 있고, 설치된 조형물이 재떨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궁 인근 가로 정원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송기환 / 서울 신림동
- "쓰레기나 담배꽁초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외국인들한테 창피도 하고…."
지난 2014년부터 서울 시내에 조성된 가로 정원은 모두 33군데, 곳곳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해당 구청들은 하지만, 가로 정원은 녹지로 분류돼 환경 미화원의 청소구역이 아니라는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 인터뷰(☎) : A 구청 관계자
- "같은 구청이니까 (가로 정원도) 미화원들이 해주시면 좋은데, 그분들이 일이 많으니깐 그런 상황이 있어서…."
사실상 별도로 청소하지는 않는다는 걸 인정한 겁니다.
상급기관인 서울시가 1년에 한두 차례 정기점검을 벌이곤 있지만, 그때 뿐입니다.
▶ 인터뷰(☎) : 서울시청 관계자
- "잘 관리가 되고 있나 그런…."
- "여유롭지가 않아서…조금 변명 같지만 그렇습니다."
5년간 모두 7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고, 앞으로도 계속 늘리겠다는 가로정원.
도심 속 녹지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볼썽사나운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노태현입니다. [nth302@mbn.co.kr]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