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가 안 됐으니 국가도, 지자체도 아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백지상태'였거든요. 현행법에선 아이가 출생한 지 한 달 내에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습니다. 기간을 넘기면 과태료를 물거나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아예 안 하면 아이가 태어났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가 일부러 아이의 출생을 숨기거나, 생모가 신고를 하려고 해도 법적 남편 앞으로만 가능해, 포기하면 그만. 99% 이상의 산모가 출산하는 병원조차, 출산 기록을 공공기관에 제공할 의무가 없거든요. 몇몇 병원에서 부모의 편의를 위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다.
외국은 다릅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선 출산을 담당한 의사나 조산사가 출생 사실을 일주일 내에 담당 공무원에게 알려야 하고, 독일에선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 출생 일주일 내에 신고해야 하는 건 물론, 산모의 이름을 알리지 않아도 되는 익명 출산제도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저출산 시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아동 의료비 지원과 출산·육아휴직 확대 등의 대책도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것과 완전한 건 다르지요. 지금도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사라지는 아이들은 없는지 확인하고, 그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나와야 완전한 정책으로 가는 길이라도 놓을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놓쳐선 안 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