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속 '수영선수 몰카' 사건, 1심 뒤집은 '스모킹건'은? (영상)

수영선수 몰카 사건 /영상 MBN News 유튜브


지난 2016년 중순 세상에 알려진 이른바 '수영선수 몰카' 사건이 수사 개시 약 2년 반 만에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유죄 선고로 잠정 결론 내려졌습니다.

1심은 피고인의 자백에도 불구, 자백을 보강할 추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은 항소심에 이르러 이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인 몰카 영상을 제출해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김익환 부장판사)는 어제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수영 국가대표 출신 정모(2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최모(29)씨 등 4명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씨는 2009∼2013년 6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한 체육고교와 진천선수촌의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만년필 형태의 몰카를 설치하는 수법으로 여자선수들의 탈의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2016년 11월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이 사건은 2016년 8월 정씨가 자신의 노트북에 있는 몰카 영상을 지인에게 보여줬다가 지인이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당시 체육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수영선수 몰카' 사건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경찰은 정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압수해 한 달 가까이 복구 작업을 벌였으나, 끝내 영상을 복구하지 못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몰카 사건에 몰카가 없는 상황에 몰린 검찰은 물적 증거 없이 재판을 맞이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검찰은 일단 정씨의 자백 및 참고인 진술을 바탕으로 정씨를 비롯한 총 5명을 기소했습니다.

정씨를 제외한 다른 4명은 내내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정씨의 자백을 보강할 추가 증거를 마련하지 못한 검찰은 결국 1심에서부터 발목을 잡혔습니다.

1심은 "피고인 정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나 이를 보강할 증거는 영상을 봤다는 증인 2명의 진술뿐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자백 외에 다른 보강증거가 없으면 자백한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자백보강법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해 6월부터 열린 항소심 재판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검찰에 접수된 CD 1장은 이 사건의 해결의 '스모킹 건'이 됐습니다.

검찰에 접수된 CD는 정씨가 2013년 진천선수촌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해 촬영한 13분 38초 분량의 영상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정씨가 몰카를 제대로 설치했는지 확인하는 장면도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어 한 언론사로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여러 피해자가 몰카에 찍힌 영상을 제출받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 조사를 거쳐 범죄 시기와 장소 등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두 영상 모두 원본이 아닌 탓에 재판부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피고인 측의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를 모두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이처럼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잇따라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 원심을 뒤집는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