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보석' 논란으로 재수감된 후 처음으로 법원에 출석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보석 이후) 술집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오늘(16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전 회장은 최후진술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앞서 검찰이 "자중하고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데 술·담배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반박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제가 반성 없이 음주가무만 하고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저는 병원에 몇 년을 갇혀 있었다"며 "집을 왔다 갔다 한 생활 자체가 길지 않고 술집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논란을 반박한 이후 최후진술에서는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밝히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책임 있는 기업가로서 여기 서 있는 것이 정말 부끄럽다"며 "세상이 변하는 데 과거 관행을 용기 있게 벗어던지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또 "막내인 제가 선대의 '산업보국' 뜻을 제대로 잇지 못해 정말 부끄럽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이어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모친의 사망을 언급하며 "수감생활 중 병을 얻으셨고, 치료 과정에 유언 한 마디 못 남기시고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도 최후 변론을 통해 횡령액의 상당 부분이 회사를 위해 사용됐고, 유죄로 인정된 액수 이상을 변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변호인은 집행유예가 필요한 이유로 이 전 회장의 가족사와 간 질환 병력 등을 설명하던 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장기간 회삿돈을 조직적으로 빼돌려 오너의 재산증식에 악용한 재벌 비리"라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모친과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황제 보석' 논란을 거론하며 "재벌이 법을 경시하는 태도가 다시 드러난 것"이라며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려 사회에 다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피해가 변제됐다고는 하지만 진정한 반성이 없으므로 선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400억 원대의 배임·횡령과 9억 원대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 됐습니다.
이 전 회장은 1·2심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대법원에서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냄에 따라 2017년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200여억 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산정해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6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은 이번엔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이 전 회장은 세 번째 2심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이 전 회장은 구속된 지 62일 만인 2011년 3월 24일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고 이듬해에는 보석 결정까지 얻어내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이 전 회장이 음주·
세 번째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7년 9개월 만에 서울남부구치소에 재수감됐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오전 이 전 회장의 선고 공판을 엽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