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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의 해가 60년 만에 돌아왔지만 2007년과 달리 올해는 출산율이 반등하는 `황금돼지의 효과`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07년에 갑자기 급증한 출산율로 인해 당시 태어난 아이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다른 또래에 비해 학생 수가 많기 때문이다. 2007년생 자녀를 둔 최은희 씨(48)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항상 위아래 학년보다 학급수가 2~3반이 많고 한 반에 32명이나 되는 과밀학급"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 책가방을 비롯한 필요한 물품이 빨리 동나고 학교 방과 후 수업도 금방 마감되는 불편이 있다"며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돼 대학 입시까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생각되니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백호띠' 출생아 수는 47만명으로 전년 대비 출산율이 5.7% 올랐다. 이어 지난 2012년 '흑룡띠' 출생아 수 역시 48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출산율이 2.8% 증가했다. 흑룡띠 자녀를 둔 주부 한지혜 씨(38)는 "딸을 유치원 보낼 때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며 "지인들에게 좋은 띠에 아이를 낳는 문제는 좀 더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전과 달리 올해는 출산율이 반등하는 '황금돼지의 효과'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출생아 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국민행복카드의 신청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임신·출산 진료비에 쓰이는 국민행복카드의 지난해 3분기 신청 건수는 9만3000건으로 전년 동기 10만1000건에 비해 약 7.9% 감소했다. 또 혼인 건수가 매년 감소 추세인 점도 출산율 증가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통계청의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신혼부부의 수가 138만쌍으로 2016년 143만쌍에 비해 4%가량 줄었다. 2016년 신혼부부 수도 역시 2015년 147만쌍에 비하면 2.4%로 해마다 수가 줄어들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자녀계획 시 미신보다 현실적인 면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도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직장인 서 모씨(32)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아직 아파트 대출을 한창 갚고 있어 자녀 계획을 미루고 있다"며 "황금돼지띠라는 게 출산을 고려할 요인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경제적인 여건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낳으라고 황금돼지, 흑룡 등을 앞세우지만 자녀 계획을 바꿀 만큼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띠 속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녀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가 결국 저출산을 야기한 것"이라며 "국가가 출산 장려 프레임에서 벗어나 성평등 확산, 돌봄체제 구축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가족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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