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던 고민 내용이 데이터로 수집되고 있던 것이 알려지자 이용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 나쁜기억지우개 앱 캡처, 애플스토어에 남긴 이용자들의 리뷰] |
'나쁜기억지우개'는 소셜미디어 앱으로 익명으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앱이다. 모든 이용자가 익명으로 다른 사람의 글에 공감을 표하거나 댓글로 위로할 수 있다. 또한 24시간이 지나면 게시글이 사라져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된다고 알려져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6년 출시 후 구글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가 50만 건을 넘어섰다.
나쁜 기억을 지워주던 앱이 비판받게 된 것은 지난 주말 이 회사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 오픈 마켓인 '데이터스토어'에 '지역별 청소년 고민 데이터'를 판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판매하려던 데이터는 월 사용료 500만 원으로 2018년 10월부터 수집된 고민 내용과 출생연도, 성별, 위치, 고민 글 작성 날짜가 포함됐다. 데이터 판매 설명에는 이전 데이터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위치 데이터가 없다고 밝혔다.
데이터 판매에 대해 비판이 일자 업체는 유튜브를 통해 해명을 올렸다.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해 "청소년으로 시작할 경우 이름이나 주민번호 등을 입력하지 않고 성인으로 해도 실명인증을 외부 업체가 해서 나쁜 기억 지우개에서는 개인정보 자체를 저장하지 않는다"며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인근 청소년 상담센터를 소개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실명이나 명칭 등 민감한 정보는 없어 개인을 식별할 수는 없고, 통계로는 적법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데이터는 판매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한 건도 판매되지 않았다.
더불어 약관을 통해 해당 내용이 있었지만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실제 앱의 서비스 약관에는 '나쁜 기억 지우개가 제휴관계에 있는 여타의 회사, 단체 또는 개인들은 귀하가 본 서비스를 통해 등록, 게시, 전송 또는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하여 귀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해당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는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체의 해명에도 이용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개인의 고민을 판매하려 했다는 점이다. "고민을 지우겠다며 왜 파느냐", "기댈 곳 없어서 이 앱이라도 믿으려 했던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 "익명을 보장한다고 담보할 땐 언제고"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4시간만 남는다던 고민 내용이 데이터로 남아있던 점도 논란이 됐다. 이에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앱에서는 24시간이면 지워지는 게 맞지만 백업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악성 글 제재나 계정 관리를 위해 남겨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본래 개인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을 말하지만 개인들에게는 자신의 고민이 개인정보만큼 민감하기에 더 신중하게 다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들은 현재 나쁜기억지우개 앱의 게시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내가 작성한 내용들로 나를 유추하거나 식별할 수 있으면 개인정보가 되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김광석 변호사는 "개인정보는 그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이 노출돼야 하는 것인데 위치 정보만으로는 사실 개인을 구분하기 어려워 만약 위치와 게시글만이 데이터에 있었고 다른 문제가 없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윤리적이나 감정적인 문제로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나쁜기억지우개 관계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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