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박 씨는 흉기를 가진 채 태연하게 병원을 찾아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는데요.
생각지 못했던 참사에 의료계는 물론 시민들도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김지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술에 취한 한 남성이 팔꿈치로 의사의 얼굴을 때리더니 쓰러진 의사의 머리채를 잡습니다.
무자비한 폭행으로 의사는 코뼈와 치아가 부러졌습니다.
바로 한 달 뒤, 응급실 폭행 사건 또 벌어졌습니다.
무언가를 손에 들고 의사에게 다가간 한 남성이 갑자기 뒤통수를 내려칩니다.
의사는 두피 동맥 파열 등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응급의료 방해 신고 건수는 한 해 9백 건에 육박하며 응급실은 이미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린 지 오랩니다.
이런 가운데 진료실마저 범행 장소가 되면서 의료계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종혁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의사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가 없고 굉장히 불안해할 수밖에 없거든요."
병원을 찾는 시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강다영 / 서울 성북동
- "저도 가끔 병원에 가는데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좀 많이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래요."
사건 당일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진료실 콜벨이 작동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병원 전반에 대한 안전장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 인터뷰(☎) : 최진녕 / 변호사
- "응급실을 넘어서 일반 병동에서의 폭행이나 상해 등의 사건에 대해 가중처벌을 하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응급실 폭력에 가려져 있었을 뿐, 진료실도 더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지영입니다. [gutjy@mbn.co.kr]
영상취재 : 이우진·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