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영어학원 셔틀버스 기사로 근무하는 김 모씨(69)는 노후 경유차로 지정돼 내년부터 운행이 불가한 자신의 차량을 폐차시키려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현행법 상 셔틀버스 폐차시 자동차 지분을 소유한 모든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김씨의 셔틀버스 지분 1%를 가진 이전 직장 학원의 원장이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학원장을 찾기 전까진 폐차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구청과 경찰서를 방문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김씨는 "차량 공동소유제에 제대로 발목 잡혔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2015년 시행된 '차량 공동소유제'는 어린이 시설을 운영하는 원장에게 셔틀버스 소유지분 1%를 의무적으로 갖게 해 안전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 김씨는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학원이 폐업하거나 시설장이 잠적하는 경우에 대한 대안이 전무하다"며 "당장 폐차가 안 되니 LPG 새차로 바꿀 때 정부가 주는 보조금 500만원도 못 받고 세금만 훨씬 더 내게 생겼다"고 발을 동동 굴렸다. 그는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보조금 없이는 새 차 마련이 어렵다"며 "새해가 오는게 두렵다"고 토로했다.
노후경유차 유상운송 제한 정책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셔틀버스 기사들이 '차량 공동소유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31일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은 어린이집 등 교육시설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 총 30만 대 중 올해까지만 유상운송 할 수 있는 노후 경유차가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어린이 통학차량이 2004년 단종된 15인승 봉고차이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최근 경기 불황으로 영세학원들이 부도나는 경우가 많아 김씨와 같은 처지의 운전기사들이 더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요즘 학원장들이 임금 체불하다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때 차량 공동소유제가 엮이면서 불합리한 상황이 다양하게 생긴다"고 지적했다.
실제 학원장의 채권자가 셔틀버스 소유분 1%에까지 압류를 걸어 애꿎은 셔틀버스 기사의 생계가 막힐 뻔한 사례도 있다. 셔틀버스 기사 A씨는 당시 권리 행사를 멈춰달라며 학원장의 채권자에게 300만원의 금전을 지급해야만 했다. 박사훈 전국셔틀버스노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설장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게 소명됐을 땐 소유권을 자동 소멸케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나아가 1% 지분이 부당하게 유지돼 셔틀기사에게 재산 상의 피해를 입히는 행정편의적 제도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개인이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셔틀버스 소유권을 시설장에게 넘길 때 알아서 별도의 계약서를 썼어야 한다"며 "관련 문제는 계약 당사자의 과실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셔틀버스 기사
[이희수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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