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어제(27일)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고개를 들 면목이 생겨 정말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산안법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김 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해 '김용균법'으로도 불립니다.
어머니 김미숙 씨는 '두번 다시 우리 아들의 죽음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이날 산안법 개정안 처리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여야가 개정안 내용과 처리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던 3일 내내 김 씨는 국회를 찾아 의원들을 붙잡고 '꼭 처리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개정안 처리 여부가 안갯속을 헤매는 동안 김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며칠동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되겠다'고 해 기대를 했다가도 다시 판이 뒤집어지고… 이런 걸 난생 처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정책위의장과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들이 진통 끝에 개정안 내용에 합의한 순간에도 김 씨는 국회 환노위 회의장 앞 복도를 지켰습니다.
마침내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김 씨는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자유한국당 간사 임이자 의원의 손을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어진 본회의에서도 김 씨는 방청석에 앉아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법안 처리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문희상 의장이 '가결'을 선언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김 씨는 본회의가 끝난 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찾아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김 씨는 이 대표와 포옹한 뒤 "너무 행복하다. 엄마로서 뭘 더할 수 있을지… 조그만 힘이라도 제가 도움이 된다면 하겠다. 그게 우리 아들이 바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원님들이 안 계셨으면 이렇게 못했을 것"이라며 "마음이 많이 전해졌다. 잊을 수가 없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 "말로만, 법으로만 정해졌다고 해서 실행이 안 되면 안 된다. 실행이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부탁했습니다.
이 대표는 "어머니께서 오셔서 호소하고 마지막까지 지켜보셨기에 이 법이 처리된 것"이라며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감독하는 일이 중요한데 같이 일했던 의원님들이 잘 지켜지도록 감독하고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고 나서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많이 알려지면서 노동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생겼다"며 "김용균 씨의 희생이 많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어머니 마음도 안 좋으셨을 텐데,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고 계셔서 최선을 다해
김 씨는 이날 국회를 떠나기 전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을 오래도록 껴안은 뒤 "그동안 목이 쉴까 봐 소리 내 울지도 못했다. 이제 용균이한테 가서, 빈소 앞에 가서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