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가공업체 파인텍의 노동자 2명이 75m 높이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오늘로써 410일째를 맞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농성을 벌이는 이들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입니다.
성탄절인 어제는(25일) 헬멧과 보호장구를 갖춘 의사와 사제들이 두 사람의 건강을 검진하기 위해 굴뚝에 올랐습니다.
의사들은 폭 80cm 정도의 협소한 공간에서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을 만나 건강 상태를 체크했는데, 두 사람의 혈압과 혈당 수치가 낮고, 근육량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을 검진한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는 "검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될 정도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보니 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며 "의료진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지난 2017년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에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 굴뚝에 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합섬 출신 노동자로, 한국합섬은 파산 한 뒤 8년 전 스타플렉스에 인수됐습니다.
이후 스타플렉스의 정리해고에 반발한 노동자 차광호 지회장이 408일간 굴뚝 농성을 벌인 끝에 고용 승계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에 스타플렉스는 새 회사 파인텍을 만들어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을 협의하기로 했지만, 노사 합의는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같은 해 10월 파업에 들어갔으며 회사는 또 공장 가동을 멈췄고, 2017년 11월 12일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다시 고공농성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합의 내용을 두고 노조와 회사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인텍 노조 측은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있다"며 "김 대표는 공장을 헐값에 인수해 2년 만에 폐업하며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에 맞선 408일의 고공농성으로 이룬 노사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스타플렉스 관계자는 "한국합섬 시절 5년간 가동을 멈췄던 공장을 180억원을 들여 재가동했다"며 "초기에 30억 원씩 발생하던 적자 폭을 4억 원대로 줄였지만, 노조가 또 파업을 벌여 영업이익이 급전직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