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 천호동 사고로 성인업소 밀집지역이었다가, 재개발로 철거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들 지역들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하는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건지, 대책은 어디에 있는지 사회부 이혁근 기자와 함께 추적해 보겠습니다.
【 질문1 】
이 기자, 이번 화재로 지금까지 2명이나 숨졌습니다. 왜 이렇게 피해가 커진 건가요?
【 기자 】
불이 난 건물은 1968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올해로 50년이 된 낡은 건물인 거죠.
여기에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 시설도 제대로 없어서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출입구가 1층에 하나밖에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 인터뷰 : 정미례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 "영업장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숙식이 제공될 수 있는 그 공간, 여성들이 그 안에서 살 수 있게 해놓으면 화재가 나면 인명사고는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거죠."
【 질문2 】
그런데 이번에 불이 난 성인업소 밀집지역이 사라진 게 아니었나요?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 기자 】
줄어들고 있는 건 맞습니다.
지난 2000년 군산 대명동 성인업소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성매매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성인업소 밀집지역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 아직 전국에 22개 밀집지역이 남아있습니다.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제2, 제3의 화재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질문3 】
그런데 불이라는 게 특별히 성인업소 밀집지역에 골라서 나는 게 아니잖아요?
이곳이 화재에 더 취약한 이유가 있나요?
【 기자 】
전국 모든 업소가 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천호동처럼 취약한 곳이 존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업소 측에서도 목재 구조의 낡은 건물은 불안하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성인업소 관계자
- "평택(에 있는 성인업소)은 가보면 전체가 허가가 난 건물이 아니라 가건물도 있고 오래된 곳도 있고…."
애초에 불법 영업장이다 보니 성인업소들이 소방 점검 대상이 아닌 점도 위험 요소입니다.
【 질문4 】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지금 꽤 오랜 세월이 지났잖아요. 그런데 아직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됐고, 화재에 취약하다는 게 또 한 번 드러났어요.
대책이 있을까요?
【 기자 】
2004년에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됐으니까 벌써 14년째입니다.
한 때 국내 성 산업 중심지였던 성인업소 밀집지역은 특별법과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긴 한데요.
그래도 아직 20여 곳이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곧 사라질 곳"이라는 인식이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성인업소 관계자
- "재개발을 해서 철거를 한다고 하다 보니까 특별하게 수리를 안 했겠죠. 10년 전부터 재개발을 한다고 했으니까. 내년에 하네, 내년 하네 하다 보니까 재투자를 안 하고 수리를 안 하고 내버려둔 거죠."
하지만, 불이 날 위험이 큰 데다 자칫하면 '화재 사각지대'에 소중한 생명이 방치될 수 있어 소방당국과 업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했는데요.
MBN 취재 결과, 서울 영등포에 있는 성인업소에는 관할 소방서가 주기적으로 점검을 나오고 있었습니다.
【 클로징 】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자칫하면 대형화재로 번질 위험도 있지요. 아무쪼록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관계 기관의 협조가 필요해 보입니다.
뉴스추적 이혁근 기자였습니다. [ root@mbn.co.kr ]
영상취재 : 박준영·한영광 기자, 현기혁 VJ
영상편집 : 양성훈
영상제공 : 서울 강동소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