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풍등과 잔디 화재가 폭발의 원인으로 결론 내리고 외국인 근로자 등 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17일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혐의(중실화)로 외국인 근로자 A(27·스리랑카)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장 B(51)씨, 안전부 부장 C(56)씨, 안전부 차장 D(57)씨 등 3명과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E(60)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외국인 근로자 A씨는 지난 10월 7일 오전 10시 32분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의 뒤편인 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화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 CCTV 영상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 A씨가 날린 풍등의 불씨가 저유소 탱크 인근 제초된 건초에 옮겨붙어 탱크가 폭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A씨가 자신이 날린 풍등이 저유소 방면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저유소 방면으로 뛰어가 약 2분간 머물면서 풍등이 탱크 주변에 떨어져 건초에 불씨가 옮겨붙은 상황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탱크 폭발 시까지 18분 동안 119 신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덧붙였다.
안전 관리자인 B씨 등은 위험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송유관 시설을 관리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탱크 주변에 불이 옮겨붙기 쉬운 건초를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휘발유 저장 탱크 배기구에 설치해야 하는 화염방지기가 일부만 설치됐고, 인화방지망은 찢기거나 건초가 끼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특히 풍등이 탱크 주변 잔디에 떨어진 뒤 18분이 지나도록 화재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 대형화재로 이어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함께 E씨는 지난 2014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할 당시 설치되지 않은 화염방지기를 설치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이행결과보고서'를 저유소 측에서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다.
경찰은 "탱크 주변을 안전구역으로 선정해 가연성 물질이 없도록 설비하고 모든 환기구에 화염방지기 설치가 의무화되야 한다"며 "
한편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 금액은 휘발유 46억원(약 282만ℓ), 탱크 2기 총 69억원, 기타 보수비용 2억원 등 모두 117억원에 이른다.
[고양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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