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들은 녹음기를 챙긴다고 하죠. 수술 중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방법이 없으니 녹음이라도 하려는 겁니다.
'병원은 의무기록과 수정본 모두를 보관하고, 피해자들이 원할 경우 이를 보여줘야 한다.', '의사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의료분쟁은 자동으로 조정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 이런, 일명 예강이법과 신해철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의료진은 여전히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며 버티고 의료지식이 없는 피해자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들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겁니다.
2012년부터 16년까지 5년간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은 5천 건 가까이 접수됐지만, 이 중 환자 측이 승소한 경우는 47건으로 고작 1%, 일부 의료과실을 인정받은 경우를 합쳐도 30%가 안 됩니다. 손해배상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소 취하나 각하, 아예 기각된 경우는 그보다 많은 32%. 그러니 병원 앞에서 울면서 시위하는 이들이 줄지 않는 거겠지요.
왜 그럴까요. 법정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을 현직 의사들에게 요청하기 때문입니다. 판사는 물론, 피해자들도 의료지식이 없다 보니 기댈 곳이라곤 같은 의사밖에 없는 건데, 동료의 잘못을 확인해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겠죠. 의료분쟁을 조정하는 조정중재원 역시 의사가 많기 때문에 결국, 의료과실은 절대적으로 피해자 스스로가 입증해야 하는 겁니다.
미국은 의료분쟁 시 의사에게 잘못이 없다는 걸 입증하게 합니다. 독일은 이해관계가 없는 은퇴한 의료진에게 감정을 맡기고, 일본은 의사협회의 강력한 징계처분으로 자정 능력을 키우는가 하면 의사 배상책임 보험제도로 신속한 보상까지 이뤄지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기 위해 좀 강하게 의료법을 개정하렵니다.' 정부든, 국회든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말해준다면 어느 국민이 탓하겠습니까. 대리 수술을 시켜도, 자신의 잘못으로 환자가 생명을 잃어도, 뉘우치긴커녕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조금이라도 규제를 하려고 하면 국민 목숨을 담보로 시위하고, 국민들은 대체 언제까지, 그저 모르는 게 한이다 한탄하며 참고 살아야 하는 건지, 참 답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