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살기 힘들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대통령은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금융위원장은 다음날 8개 카드사 사장을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급조돼 나온 대책이, 카드 수수료 인하. 정부와 여당은 24만 명의 자영업자가 연간 5천억 원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고, 소상공인은 단비 같은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날벼락'이겠죠. 당장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그럼 결국 대량 해고로까지 번질 수 있다면서 우려합니다.
당정은, 광고비 같은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면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고 하지만, 사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추구지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건 당연지사. 그러니, 카드사들은 다른 곳에서 손해를 메꾸려고 할 거고, 벌써부터 연회비 인상, 부가서비스와 무이자 혜택 축소 등 일반 소비자에게 불똥이 튈 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적립 같은 부가서비스로 지난해 소비자가 받은 혜택은 무려 5조 8천억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 거라는 거죠.
결국, 수수료를 낮춰 자영업자를 살리려는 선의의 정책이, 오히려 경제 전체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우리가 가진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누구에게 더 준다면, 다른 누군가는 덜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외면한 채, 단지 정책으로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고, 또 그것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이익이 박탈되는 건, 한마디로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돌려막기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내년에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게 되면 지난 11년간 카드 수수료 인하만 10번째라죠. 이렇게 수수료를 낮춰 소상공인들 살림살이가 나아진 적이 있었나요?
이젠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남의 파이를 떼어 다른 이의 입에 넣어주기보다는 시장 원리에 맡기고, 우선은 우리 경제가 가진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데 집중해야 할 겁니다. 그럼 저절로 나눠 갖는 파이의 크기도 커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