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 대사전입니다. 여직원, 여의사, 여경처럼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붙는 '여'자나, 학교명만 쓰는 남자 고등학교와 달리 여자 고등학교에 굳이 '여'자를 붙이는 게 성차별이란 지적이 많지만, 우리 국어사전엔 아직 반영되지 않은 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왈가닥'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남자처럼 덜렁거리며 수선스러운 여자'라고 돼 있습니다. '댄서'를 찾아보면, 두 번째 뜻풀이로, '손님을 상대로 사교춤을 추는 걸 직업으로 하는 여자.'로 돼 있습니다. 성격과 직업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다면서, 굳이 여자로 콕! 집어서 해석해 놓은 거죠.
한국 양성평등 진흥원이, 국어사전에 나오는 여자, 남자 단어가 포함되거나 한자로 남녀가 들어간 770개 단어의 뜻풀이를 살펴봤더니, 이 가운데 92개가 성차별적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여성성, 남성성을 강조한 단어가 38%,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지으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단어가 21%, 성차별과 비하가 포함된 단어가 18% 등등, 시정하거나 수정해야 할 단어가 꽤 많았지요.
단어와 같이 실려 있는 예문도 마찬가집니다. '세탁부'는 '여성'만의 가사노동으로 표현했고, '색시'라는 단어를 표현하기 위해 '시집가는 색시가 연지와 곤지를 찍는 건 신랑에 대한 복종을 의미한다.'라고 예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처녀'의 예문으로 '그녀는 결혼할 때 이미 처녀가 아니었다.'라는 시대착오적인 표현도 있었습니다. 반면, 수년 넘게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성 소수자'나 '이주노동자', '트랜스젠더' 같이,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단어들은 아직 등록돼 있지도 않았습니다.
언어는 그 사회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고, 그 인식을 담는 그릇이, 바로 사전이라고 하죠. 국립국어원에서 이런 사전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한 걸까요. 사회가 원하는 변화의 목소리에 맞게 조금만 더 소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자녀들이 보고 배우는 국어사전에 성차별 단어가 아닌, 모두가 행복하고 정의로운 단어가 채워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