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의사와 간호사, 병리사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의료종사자, 응급구조사는, 사람이 다치거나 생명이 위험할 때 신속히 출동해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는 굉장히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죠.
그런데, 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입안의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사지를 고정하는 것, 혹은 인공호흡이나 지혈 등 고작 14가지뿐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무허가 의료행위가 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하지 말라고 해놓고는, 국가자격증 시험을 볼 땐 이게 필수과목입니다.
이유는 또 법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간호사 단체 등의 요구에 밀려 응급구조사들의 역할이 크게 줄어든 건데, 18년째 규제의 벽에 막혀있는 거지요. 대부분의 선진국은 응급상황 시 구급대원이 의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덕에 급성 심근경색 환자 사망률은, 우리의 절반밖엔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법을 어기겠다.' 한 대학병원 의사가 한 말입니다. 응급실 이송 중 응급구조사가 환자의 심전도를 측정해 의사에게 알려, 환자의 생존율을 더 높이겠다면서요. 하지만 현행법에 의하면 명백한 불법입니다.
의료진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생명을 살리겠다고 하는데 국가는 그러지 말라는 상황. 환자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시간, 골든타임은 의료행위뿐 아니라, 제대로 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그 골든타임은 지나고 있다는 걸 정부는 기억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