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동료 판사에 대해 탄핵을 논의한 이번 전국법관회의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사회부 이권열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1 】
우선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촉구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말 그대로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이는 회의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숫자가 평판사입니다.
평판사들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자는 자정의 목소리를 냈다는 의미가 있고요.
결의안이 강제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법부는 물론이고, 국회를 '판사 탄핵' 방향으로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기회에 법관대표회의가 사실상 법원의 주요 정책이나 방향을 결정하는 대표기구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 질문2 】
그런데 '탄핵 검토 결의안'을 법관대표회의가 국회로 바로 제출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국회가 아니라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기로 했다고요?
【 기자 】
애초 법원 안팎에서는 결의안에 찬성하는 숫자가 많다면 판사들의 의견을 국회에 바로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회의에서는 이 의견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탄핵은 국회, 즉 입법부 소관인만큼 사법부에 몸담고 있는 판사들이 국회에 탄핵을 직접 촉구하는 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사법부 내부에서도 한 목소리가 나오는게 아니다보니 국회 제출이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 회의 참석자 105명 중에서 53명이 결의안에 찬성했습니다.
43명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고, 9명은 기권했다고 하는데요, 찬성과 그렇지 않은 사람 숫자가 딱 1표 차이입니다.
회의 과정에서도 격론이 오고갔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국회 전달보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결의안을 전달하는 절충안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3 】
오늘 회의 뒤 공교롭게도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만찬이 있던데요. 이게 원래 예정돼 있던 겁니까?
【 기자 】
예정된 만찬이었고요,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판사 탄핵 논의를 지켜본 김명수 원장 표정이 밝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법관대표회의를 상설화하면서 힘을 실어준 사람이 바로 김 원장입니다.
그러다보니 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 동안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지지 세력이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오늘 만찬 자리, 김명수 원장이 법관대표회의를 신뢰하고 있고, 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경청하겠다, 이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이 법관대표회의 마지막 정기회의인데요. 김명수 원장이 어떤 말을 할지 큰 관심을 끕니다.
【 앵커멘트 】
오늘이 판사 탄핵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 같은데요.
앞으로 국회와 헌법재판소 절차도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이권열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