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욕도 그만"…부모는 인식하지 못하는 정서적 학대

↑ 아동복지법 제 3조 제 7호에서는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매년 11월 19일은 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이다. 여성세계정상기금(WWSF)이 2000년 11월 19일을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한 이후 한국은 2007년부터 아동복지법을 통해 기념식을 열고 있다.
아동 학대하면 흔히 폭력을 떠올리지만 정신적 학대와 같이 아이들의 성장에 해가 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포괄한다. 아동복지법 제 3조 제 7호에서는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실제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7명은 친부모였으며 신체 학대보다 정서 학대가 더 자주 일어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7년 아동학대 주요 현황'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42.8%가 친부, 30.6%가 친모였다. 또 아동학대의 유형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 중복 학대(48.6%) 유형을 제외하면 정서 학대가 21.2%(4,688건)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어 신체 학대 14.6%(3243건), 방임 학대 12.5%(2,759건), 성 학대 3.1%(689건)가 뒤를 이었다.
부모가 무심코 아이에게 저지를 수 있는 훈육 행위들도 정서적 학대 사례에 다수 포함돼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한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 지침서'에서 정의하는 정서적 학대의 구체적인 유형에는 원망적·거부적·적대적 또는 경멸적인 언어폭력, 잠을 재우지 않는 것,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형제나 친구 등과 비교, 차별·편애하는 행위, 가족 내에서 따돌리는 행위,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 시설 등에 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짐을 싸서 쫓아내는 행위 등이 있다.
실제 대다수 부모는 정서 학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두 자녀를 키우는 양 모씨(38)는 "피곤할 때 애들이 싸우면 화풀이하듯 혼냈다"며 "그동안 학대는 '심하게 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가 학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애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강지현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이는 신체적·정서적으로 부모에게 묶여 있을 수밖에 없어서 약자"이며 "강자인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분풀이하는 정서 학대를 가장 많이 저지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예방하려면 부모들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