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첫날인 6일, 전국 운전자들의 이목이 주유소로 쏠렸다.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의 유가 정보를 알 수 있는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제공 사이트)이 주요 검색어로 떠오르는가 하면 한때 오피넷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반면 화물차 운전자들은 유가 보조금 인하 조치로 인해 유류세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에 청원글을 게시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역대 최대인 15%까지 인하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본사가 직접 운영해 당장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정유사 직영주유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들은 재고분을 모두 팔아야 유류세 인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류세 인하 첫날 전국 주유소는 운영 방식에 따라 판매 가격에서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이날 오전 유류세를 내리지 않은 서울 양천구의 한 자영주유소 현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총 5개의 주유구 중 2개 이상을 한꺼번에 쓸 일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 주유소의 가격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휘발유 1677원, 경유 1487원이었다. 이 주유소 직원은 "우리 주유소는 자영이라서 아직 기름값을 내리지 못했다. 손님들이 오셔서 기름값을 내렸느냐고 묻는 분은 많았다"고 말했다.
반대로 부산시 사상구에서 최저가로 휘발유를 판매하는 GS칼텍스의 한 직영주유소는 이날 휘발유를 ℓ당 1490원, 경유를 1326원에 판매했다. 해당 주유소는 최대 8대 차량이 동시에 주유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손님이 많아 차량이 1∼2대씩 계속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유소 종업원은 "우리 주유소는 백영터널을 빠져나온 뒤 첫 주유소라 평소에도 장사가 잘 되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가격을 인하한 뒤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자영주유소가 전국 주유소의 90%를 차지하면서 유류 가격을 내린 주유소를 쉽게 찾지 못하게 되자 인터넷에서는 이를 성토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기름값이 ℓ당1500원대인 주유소는 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느냐', '우리 동네 주유소는 재고를 핑계로 기름값을 10원밖에 안 내렸다' 등의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트레일러 등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영세 화물차주들은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며 강력 반발했다. 유류세 한시적 인하와 동시에 국토교통부가 각 지자체에 유가보조금을 깎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 국토부는 유류세 인하를 앞두고 각 지자체 등에 보낸 공문에서 '유류세 세율 인하(15%)에 따라 유가보조금 지급단가를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이에따라 화물차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은 ℓ당 345.54원에서 265.58원으로 79.96원 내렸다. 유류세 인하로 내려간 경유 가격만큼 유가보조금이 깎인 셈이다.
트레일러 차주 이 모 씨는 "주유소 대부분을 개인이 운영하는 만큼 재고가 소진된 후에나 기름값을 내리는데 유가보조금은 당장 오늘부터 줄어 차주들이 부담하는 기름값이 오히려 늘어나는 일도 많이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유가보조금 인하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차주는 "유류세 인하에 오히려 영세 화물 운송사업자들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 유류세 15% 내리고 화물차 유가보조금도 80원 정도 차감한다니 이런 조삼모사 같은 말장난이 어디 있나"고 지적했다.
이 차주는 "유류세 인하만큼 주유소 판매가격이 내리지 않으면 역으로 더 오른 셈이 된다. 2008년 유류세 인하 당시에도 55원의 보조금이 삭감됐지만
[인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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